“쿵, 덜컹” 두 번의 충격…‘몰랐다’ 뺑소니 운전자, 법원의 4가지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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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덜컹” 두 번의 충격…‘몰랐다’ 뺑소니 운전자, 법원의 4가지 철퇴

2025. 08. 02 13:05 작성
김혜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hj.ki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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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시각·청각·촉각’ 근거로 “미필적 고의 명백” 항소 기각

‘몰랐다’는 변명 통하지 않아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이미지.

“쿵” 하는 충격에 이어 “덜컹”하는 느낌까지. 늦은 밤 어린이보호구역 횡단보도에서 50대 행인을 들이받고, 쓰러진 피해자의 발 위를 재차 역과한 40대 운전자는 끝까지 “몰랐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그의 주장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12주 중상을 입히고 현장을 떠난 뺑소니 운전자에게 법원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정말 몰랐습니다”…벌금 500만원에 불복한 운전자

사건은 2023년 7월, 강원도 원주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했다. 운전자 A(42)씨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B(57)씨를 차로 친 뒤 아무런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일명 ‘뺑소니’)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서류만 검토해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A씨는 “너무 억울하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가 “피해자의 상해가 중하고 운전자 과실이 명백하다”며 유죄를 선고하자, 그는 “사고 자체를 인지하지 못해 도망칠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항소심의 문을 두드렸다.


법원의 ‘네 가지 철퇴’…“당신은 보고, 듣고, 느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고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고 보고, 그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할 네 가지 결정적 증거를 제시했다.


첫째는 ‘시각’이었다. 재판부는 “차량 전조등 불빛에 피해자의 모습이 비쳤거나, 최소한 불빛이 가려지는 형체만으로도 충돌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둘째는 ‘청각’이었다. 사고 당시의 충격음은 옆 인도 행인도 들을 만큼 컸고, 한 목격자는 “사람 쳤으니 서라!”고 외치며 차를 쫓아오기까지 했다.


셋째는 A씨 스스로 인정한 ‘촉각’이었다. 그는 법정에서 “차가 덜컹거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는데, 재판부는 이 ‘덜컹거림’이 바로 쓰러진 피해자의 발을 역과할 때의 충격이라고 못 박았다.


마지막으로, 사이드미러를 통해 쓰러진 피해자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까지 더해졌다. 법원은 이를 토대로 A씨에게 “사고 발생 가능성을 어렴풋이 인식하고도 현장을 이탈한 ‘미필적 고의’가 명백하다”고 결론 내렸다.


“벌금 500만원은 너무 무겁다”…끝내 기각된 최후의 호소

A씨는 최후 변론에서 “벌금 500만원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원심의 형량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고, 양형 판단을 바꿀 만한 새로운 사정도 없다”며 그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몰랐다’는 변명이 교통사고 후 구호 조치 의무를 면제해주는 ‘만능 열쇠’가 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한순간의 외면이 뺑소니라는 무거운 범죄의 멍에로 이어진다는 엄중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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