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정당·경호처 사칭 ‘초대형 보이스피싱’…18명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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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정당·경호처 사칭 ‘초대형 보이스피싱’…18명 구속

2025. 11. 03 11:59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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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총책부터 콜센터 조직원까지

치밀한 사기 조직의 범죄단체 인정 요건과 처벌 수위 집중 분석

캄보디아 현지 건물 내부 모습 / 연합뉴스

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지난해 말부터 군 부대, 정당, 심지어 대통령 경호처까지 사칭하며 '노쇼(No-Show)' 또는 '대리구매' 사기를 벌여온 대규모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소상공인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대리구매를 요청하고 선입금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했다.


강원경찰청은 전국 총 560건의 사기 사건을 집중 수사해 캄보디아를 비롯한 국내외 조직원 114명을 검거하고, 이 중 총책 등 18명을 구속했다.


총 피해 규모는 무려 69억 원에 달하며, 사칭 범죄는 군 사칭 402건, 정당·대통령 경호처 사칭 158건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국정원 등과 협력하여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내 범죄 단지에 위치한 현지 콜센터를 급습해 이들을 붙잡았다.


위계와 분업: '사장단' 정점으로 움직인 조직의 실체

검거된 조직원들은 해외총책인 '사장단'을 정점으로 하여 자금세탁책, 관리책, 중계기 관리책, 콜센터 조직원, 국내 총책 등으로 역할이 명확하게 분담된 치밀한 구조를 갖췄다.


  • 해외총책(사장단): 캄보디아 현지에 콜센터를 두고 국내외 자금세탁 조직과 중계기 관리 조직을 총괄 관리했다.


  • 콜센터 조직원: 군·정당 등을 사칭하여 피해자들에게 전화하는 조직과 전투식량 등 판매업체 행세를 하는 조직으로 나뉘어 기망 행위를 실행했다.


  • 자금세탁 조직: 국내외 자금세탁 조직이 연계되어 피해금 대부분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로 송금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 중계기 관리책: 서울, 경기 등지에서 장소를 옮겨가며 중계기를 운영해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해왔다.


피의자 중 약 80%는 20~30대 청년층이었고, 10대도 4명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은 텔레그램 등을 통해 스스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업무난이도에 비해 비정상적인 고수익"을약속받고 해외 취업 사기에 현혹된 경우가 많았다.


법적 쟁점 집중 분석: '범죄단체' 성립 요건은?

이 사건의 조직원들은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형법상 사기 외에도 형법상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규모 조직적 사기 범죄에서 범죄단체죄가 인정될 경우, 단순 사기죄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1. 범죄단체 성립의 3대 핵심 요건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핵심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 공동목적의 존재: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본 사건에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를 수행한다는 명확하고 계속적인 공동목적이 있어야 한다.


  • 최소한의 통솔체계: 단체를 주도하고 내부 질서를 유지하는 위계 및 분담 등의 통솔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경우, 총책을 중심으로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만 갖춰도 인정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 계속적 결합체: 일시적인 범죄 모의를 넘어 계속적으로 결합된 조직이어야 한다.


2. 이 사건 조직의 범죄단체 해당 가능성

본 사건 조직은 위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


  • 명확한 공동목적: 군 부대, 정당 등을 사칭한 노쇼 및 대리구매 사기라는 명확한 공동 범죄 목적이 560건의 일관된 범행 수법과 69억 원의 피해 규모를 통해 입증된다.


  • 치밀한 통솔체계: 해외총책, 관리총책, 자금세탁책, 콜센터 조직원 등으로 명확한 위계와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한 판례가 인정한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추고 있다.


  • 계속성: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에서 일시적 모의가 아닌 계속적 결합체로 인정된다.


3. 공동목적 입증의 핵심: '텔레그램 모집'과 '역할 분담'

공동목적을 입증하는 데는 조직원들의 진술, 조직 내부 문서와 같은 직접 증거뿐 아니라 여러 간접 증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직접 증거: 조직원들이 텔레그램 등을 통해 스스로 범행에 가담한 사실, 조직 내부의 지시사항이 담긴 통신 기록 등은 범죄 목적에 대한 명시적 인식을 보여준다.


  • 간접 증거: 해외 콜센터 설치, 국내외 자금세탁 시스템 구축, 해외총책부터 하위 조직원까지의 명확한 역할 분담 등은 조직이 특정 사기 범행을 위해 치밀하게 계획되고 운영되었음을 입증한다.


조직원들이 구체적인 범죄 목적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업무 난이도에 비해 비정상적인 고수익을 약속받고 캄보디아 현지에서 사기 행위를 한 정황을 종합하면, 범죄단체의 일원으로서 활동했다는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


'고수익 미끼' 경고: 범죄 가담은 중형으로 이어진다

강원경찰청장은 소상공인들에게 기관 사칭 대리구매 요청 시 반드시 해당 기관 대표번호를 통해 실제 계약 관계를 확인할 것과, "공공기관에서는 대리구매나 돈을 선입금하라는 경우는 절대 없다"는 점을 숙지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층이나 사회초년생들이 "업무난이도에 비해 비정상적인 고수익을 약속하는 제안"에 현혹되지 않도록 경고했다.


해외 취업 사기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범죄단체에 가입하는 것이며, 이는 사기죄의 공범으로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국제 공조를 통한 대규모 사기 조직 검거 사례이자, 공공기관 사칭과 청년층 유혹이라는 사회적 위험 요소를 모두 포함한 조직범죄에 대한 법적 심판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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