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 후 재혼하면 연금 박탈에 재산 압류까지…사랑할 자유 가로막는 유족연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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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 후 재혼하면 연금 박탈에 재산 압류까지…사랑할 자유 가로막는 유족연금법

2025. 09. 23 11:13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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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인연 만나도 혼인신고는 '그림의 떡'

사실혼 관계도 재혼으로 간주해 수급액 환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사별 후 새 인연을 만나 재혼하면 매달 받던 유족연금이 끊겨, 황혼의 사랑을 포기하거나 숨겨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38년 전 만들어진 법 조항이 헌법이 보장한 혼인할 자유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50대 여성 A씨는 사고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뒤, 남편이 남긴 국민연금으로 매달 30만 원가량의 유족연금을 받아왔다. 시간이 흘러 새로운 인연을 만났지만, 그녀는 혼인신고를 망설이고 있다. 재혼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유족연금 수급권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구민혜 변호사는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노후에 중요한 생활 수입원이 되는 유족연금을 재혼했다는 이유로 받지 못하게 되자 '왜 못 받느냐'고 문의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전했다.


사실혼도 '재혼' 간주…받았던 연금까지 환수 당해

문제는 국민연금법뿐만이 아니다.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등 대부분의 공적연금법이 배우자 재혼 시 유족연금 지급을 중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혼인신고를 피하고 동거를 택하는 커플도 많지만, 이마저도 안심할 수 없다. 법적으로 사실혼 관계 또한 '재혼'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적발될 경우 연금이 끊기는 것은 물론, 그동안 받았던 연금까지 모두 토해내야 하는 환수 조치가 뒤따른다. 실제로 군인이었던 남편과 사별 후 유족연금을 받던 80대 여성은 뒤늦게 재혼 사실이 밝혀져 보훈청으로부터 재산 압류 통보를 받기도 했다. 그녀의 자녀는 방송에서 "어머니 통장에 돈도 없는데, 마지막 남은 자산과 모든 통장을 압류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헌재 "합헌" 결정에도…이혼과 차별 논란은 여전

이러한 유족연금 제도는 지난 2022년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다. 당시 헌재는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유족연금은 사회보장적 성격이 강하므로, 재혼으로 새로운 부양 관계가 생기면 국가가 더 이상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다수 의견의 핵심이었다.


국민연금공단 측 역시 "재혼 시 신분 관계가 단절되고 새로운 부양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1986년 법 제정 당시부터 포함된 내용"이라며 "유족의 생계를 보장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사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가장 큰 쟁점은 '이혼'과의 형평성 문제다.


이혼을 할 경우, 배우자는 혼인 기간 기여도를 인정받아 상대방의 연금을 나눠 갖는 분할연금을 받게 된다. 이 분할연금은 재혼을 하더라도 박탈되지 않는다. 사별한 배우자는 모든 것을 잃지만, 이혼한 배우자는 권리를 인정받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은성진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방송에서 "연금은 사회에 기여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는 재산권적 측면이 있다"며 "새로운 가정을 이룬다고 해서 수급권 자체를 소멸시키는 것은 분할연금과 비교해도 맞지 않고, 칼로 무 자르듯이 박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는 여러 차례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처럼 연금의 일부라도 지급하는 부분 수급권을 인정하거나, 재혼 관계가 끝났을 때 연금을 다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부활 규정 등 절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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