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이 본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의 정당성
변호사들이 본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의 정당성
이재용 구속 기각⋯검찰이 트럭째 실어나른 증거가 오히려 '독'(毒)이 됐을 수도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법행위 관여 혐의 의혹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새벽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와 차량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위기를 벗어났다.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하여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증거가 확보된 이상, 이 부회장의 증거인멸 우려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 기각의 의미를 형사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 5명에게 들어봤다. 변호사들은 "검찰이 트럭째 실어 나른 증거가 오히려 독이 됐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법률이 정한 구속영장 발부 사유는 ①'범죄 혐의 소명'과 ②'증거인멸 우려', ③'도주 염려'라는 세 가지 원칙에 따라 결정된다.
법률 자문

도주의 위험성
변호사들 "없다"
우선, 변호사들은 만장일치로 이 부회장에게 '도주의 위험성'(③)은 없다고 보았다.
법률사무소 더엘의 박준제 변호사는 "대기업의 부회장으로서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법무법인 정향의 유진영 변호사도 "재산 및 가족관계 등이 명확한 이상 도주 우려는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고, 법률사무소 서앤율의 정병주 변호사도 "이 부회장이 도주할 위험성은 없으니 재판부도 다른 기준을 더 중점적으로 검토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 혐의의 소명
변호사들 "구속이 인정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①)에 대해서 정병주 변호사는 "혐의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현재 시점에서 범죄 혐의가 인정될 만한지 판단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구속이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고, 안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준제 변호사 역시 "피의자(이재용)의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상당한 증거도 확보됐으니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맞는다"라고 밝힌 상황이다. 현시점에서 "구속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을 뿐, 이 부회장이 무죄라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검찰은 수사를 이어나갈 정당성을 확보한 셈이다.
이에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는 "(영장이 기각된 것은 이재용에 대한) 범죄의 중대성에 대하여 소명이 있었다는 정도로 인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삼성 측에 불리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증거인멸 우려
"있다" vs. "없다" 변호사들도 의견 갈려
증거인멸 우려(②) 부분에 대해서는 변호사들의 의견이 갈렸다. 전원이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지만, 그 결정에 대한 평가는 갈렸다.
박준제 변호사는 "20만쪽이 넘는 수사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증거는 이미 상당한 정도로 확보된 상태에서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돼 기각된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욱 변호사 또한 "법원에서는 이미 검찰에서 증거를 광범위하게 모아두어 인멸의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정병주 변호사는 "증거인멸이라는 것이 실물 증거를 없애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증인에 대한 인멸"이라며 "즉 말 맞추기"라고 말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이재용 부회장이 주가 또는 회계 조작을 승인했는지 등은 문서로 남아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관련자들의 증언이 중요한 증거"라며 "그 관련자들이 대부분 임직원인 것을 고려한다면 증거인멸의 우려는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나란의 서지원 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불구속 수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법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 변호사는 "국내의 영장 기각률이 30% 내외인 점을 고려하여 다른 피의자와 비교하여 볼 때 그렇다"고했다.
이 수치는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10명 중 7명은 구속된다는 뜻으로 "법원이 기본적인 사실관계 소명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는 점은 이재용이라는 삼성그룹 총수와 여타 다른 피의자에 들이대는 잣대가 다르다는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