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가 빌린 돈 안 주면 손가락 절단" 강북 노부부 강도 사건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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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가 빌린 돈 안 주면 손가락 절단" 강북 노부부 강도 사건의 반전

2022. 01. 24 14:12 작성2022. 01. 25 00:15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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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 상대로 강도 범행 계획한 손자

친구와 범행 공모 후 현금 약 30만원 받아내

재판부 "키워준 조부모 상대로 범행⋯패륜"

"손자가 빌려 간 돈을 대신 갚지 않으면 손가락을 자르겠다"며 노부부를 폭행·협박해 돈을 빼앗아 간 강북 노부부 강도 사건. 수사 결과 놀라운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70대 노부부가 사는 가정집에 손자 A씨가 다급히 찾아왔다. 집 밖에는 남성 B씨도 있었다. A씨는 부부에게 "B씨에게 빌린 돈이 있는데 대신 갚아 달라"며 절박하게 호소했다.


상황은 심상치 않았다. 집 안으로 들어온 B씨가 "손자가 갚아야 할 돈을 달라"고 요구하며 갑자기 부부의 머리와 가슴 등 온몸을 수차례 때리기 시작했기 때문. 노부부의 목에 흉기까지 들이대며 돈을 주지 않으면 '손가락을 자르겠다'는 협박도 했다.


B씨의 위협적인 태도에 A씨도, 노부부도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했다. 결국 B씨는 돈을 빼앗아 현장을 빠져나갔다.


지난 2020년 8월, 서울 강북구에서 발생한 B씨의 강도 행각. 그런데 수사 결과, 그에게 공범이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놀랍게도 손자 A씨였다.


손자가 계획 짜고, 친구가 실행⋯귓속말로 범행 지시도

돈이 필요했던 A씨. 사건 당일, 그는 초등학교 동창 B씨와 술을 마시고 집에 가던 중 불현듯 돈 만들 계획을 생각해냈다. 자신의 조부모를 협박해 돈을 뺏기로 한 것.


그러기 위해 A씨는 먼저 할아버지에게 B씨에게 갚을 돈이 있는 것처럼 눈속임하기로 했다. B씨에게는 "나한테 돈을 받아야 하는 사람인 것처럼 행세해달라"고 제안했다. 이후 흉기로 조부모를 협박하고, 폭행해 돈을 빼앗으라고도 했다.


여기에 B씨가 동의하면서 이들은 곧장 A씨의 조부모 집으로 향했다. 이후 이들은 계획대로 움직였다. 먼저 할아버지에게 "B씨에게 빌린 돈을 대신 갚아달라"고 요구한 A씨. 하지만 할아버지가 거부하자 집 앞에 있던 B씨에게 데려갔고, B씨는 "손자가 빌린 돈을 달라"며 할아버지를 폭행하면서 집안까지 들어갔다. 집에 들어간 B씨는 A씨의 할머니에게도 돈을 요구하며 협박하고 가슴을 발로 차 넘어뜨렸다.


이로 인해 조부모가 바닥에 넘어지고 옷이 찢기는 등의 봉변을 당할 동안, A씨는 B씨를 제지하며 '착한 손자 연기'를 했다. 그 와중에 틈틈이 B씨에게 귓속말로 범행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렇게 조부모를 위험에 빠뜨리면서 A씨가 손에 쥔 돈은 현금 30만 4000원이었다.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이 사건으로 A씨와 B씨는 특수강도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우리 형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다른 사람의 재물을 강제로 뺏어낸 경우 강도죄 혐의를 적용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한다(제333조). 이때 흉기를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해 범행을 저질렀다면 죄목에 '특수'가 더해진다. 형량도 무거워진다. 특수강도죄로 인정되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제334조).


지난 2020년 10월, 이 사건을 맡은 서울북부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허경호 부장판사)는 A씨가 B씨에게 구체적인 범행 방법을 가르쳐주고, 이를 B씨가 실행했다고 판단했다.


허경호 부장판사는 "A씨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키워준 조부모를 상대로 강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그 패륜성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B씨도 범행의 실행을 전담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경위와 방법 등에 비춰 사안이 중하다"며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피해자들(A씨의 조부모)이 A씨의 선도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B씨의 장래를 위해 선처한 점 △A씨가 소년보호처분을 1회 받은 것 외에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이 유리한 양형 사유로 고려했다.


허 부장판사는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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