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에 12명 다 찍혔는데…경찰은 왜 '단체 먹튀' 수사를 멈췄을까
CCTV에 12명 다 찍혔는데…경찰은 왜 '단체 먹튀' 수사를 멈췄을까
12명 회식 후 계산 없이 사라져

부산의 한 술집에서 단체 손님이 회식 후 계산하지 않고 떠나는 '먹튀 사건'이 발생했다. /JTBC News 캡처
부산의 한 주점에서 12명의 단체 손님이 시끌벅적한 회식을 즐겼다. 게임까지 하며 즐기던 이들은 새벽 1시 30분이 되자 한두 명씩 자리를 뜨더니, 결국 모두가 사라졌다. 남은 것은 28만 2천 원의 계산서뿐이었다. 업주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며칠 뒤 돌아온 답변은 '피의자 특정이 어려워 수사를 잠시 멈춘다'는 '관리미제사건' 통보였다.
12명의 얼굴이 CCTV에 버젓이 찍혔는데, 왜 경찰은 범인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했을까. 그리고 만약 12명을 모두 찾는다고 해도, 이들 모두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보는 것'과 '입증하는 것'의 차이
경찰이 '피의자 특정 불가'라는 결론을 내린 것은 현실적인 수사 여건과 증거 능력의 한계 때문이다.
첫째, CCTV 영상의 한계다. 영상에 12명이 찍혔다고 해서 12명 모두의 신원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화질이 낮거나, 얼굴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면 법정에서 신원을 증명할 증거로 쓰기 어렵다. 대법원 판례 역시 용의자 사진 한 장만으로 범인을 식별하는 절차의 신빙성을 낮게 보고 있다.
둘째, 현실적인 수사력 문제다. 12명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 CCTV를 모두 확인하고 카드 내역 등을 조회하는 데는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투입된다. 안타깝지만 피해 금액이 비교적 소액인 사건에 무한정 수사력을 투입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세 번째, 즉 '고의' 입증의 어려움이다. 경찰은 설령 12명을 모두 찾아낸다 해도, 이들 각자가 '돈을 내지 않을 생각'이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장벽에 부딪힌다. 이 점이 '관리미제사건'으로 잠정 종결한 핵심적인 이유로 분석된다.
12개의 다른 마음, '고의'를 어떻게 증명할까
'먹튀'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한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처음부터 '돈을 낼 생각 없이' 음식을 주문했다는 '기망의 고의'가 입증되어야 한다. 12명이 함께 있다가 계산을 안 한 경우, 법은 이들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않고 12명 개개인의 '마음속 생각'을 따로따로 따진다.
만약 이들을 법정에 세운다면, 아마 대부분 이렇게 주장할 것이다.
"회식이라 부장님이 계산하는 줄 알았습니다."
"먼저 나간 김 대리가 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들 나가길래 따라 나갔을 뿐입니다."
이런 주장을 깨고 12명 모두의 '사기 고의'를 입증하려면 검사는 다음과 같은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
- 사전 공모 증거: 이들이 술집에 오기 전 단체 채팅방이나 통화로 "먹고 그냥 튀자"고 모의한 정황이 있다면 가장 확실하다. 이는 '공동정범'으로 묶어 전원을 처벌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 행동 분석: CCTV를 통해 누가 자리를 뜨는 것을 주도했는지, 서로 눈치를 주거나 신호를 보냈는지, 계산대를 의도적으로 피해서 나갔는지 등 행동 패턴을 분석해야 한다.
- 부작위에 의한 기망: 법적으로 음식을 먹은 사람은 돈을 내야 할 '고지 의무'가 있다. 아무도 계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하고 나갔다면 '부작위(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의한 기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나는 다른 사람이 낼 줄 알았다"고 주장하면 입증이 매우 까다로워진다.
결국 이 사건은 단순 절도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12명의 '개별적인 고의'를 입증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경찰의 '피의자 특정 불가' 통보는 단순히 얼굴을 몰라본다는 의미를 넘어, 12명 중 진짜 책임 있는 '피의자'를 콕 집어내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담긴 결론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