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또 너냐?" 수능 코앞 대구 고교 폭탄 협박... VPN 숨어도 징역형 못 피한다
"설마 또 너냐?" 수능 코앞 대구 고교 폭탄 협박... VPN 숨어도 징역형 못 피한다
수능 사흘 앞두고 대구 고교 발칵 뒤집은 메일
"해킹 당했다" 발뺌해도 소용없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대구의 한 고등학교 교정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다시 한번 경광등 불빛으로 뒤덮였다. 수능을 불과 사흘 앞둔 지난 9일 밤, 학교의 정적을 깬 것은 한 통의 이메일이었다. 내용은 간결하고도 섬뜩했다. "교내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경찰 특공대와 소방차량이 긴급 출동해 학교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졌다. 4시간 10여 분에 걸친 피 말리는 수색. 결과는 '허위'였다. 문제는 이 소동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10일에도 똑같은 협박 메일이 날아들어 학생들이 긴급 귀가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경찰은 두 사건 모두 우회 IP(VPN)를 이용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번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자퇴생 A씨는 "계정이 해킹당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장난'이나 '해킹'이라는 변명이 법의 심판대 앞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IP 우회하면 안전? 수사망은 좁혀지고 있다
사건의 핵심은 '반복성'과 '치밀함'이다. 대구 남구 소재의 해당 고등학교 교사는 학교 대표 메일 계정으로 수신된 협박장을 보고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규모 인력을 투입했으나,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 역시 지난달 사건과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추적을 피하기 위해 우회 IP를 사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달 용의선상에 오른 학생이 계정 해킹을 주장하며 혐의를 벗어난 직후 발생한 모방 범죄 혹은 재범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디지털 포렌식 기술의 발달로 우회 IP 사용만으로는 수사망을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단순 장난 아닌 '중범죄'... "폭발물 없어도 처벌 못 피한다"
폭발물이 실제로 없었으니 처벌이 가벼울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사안은 형법상 매우 엄중하게 다뤄지는 범죄들의 집합체다.
우선 협박죄(형법 제283조)가 성립한다. 직접적인 흉기를 들이대지 않았더라도,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고지는 학교 구성원들에게 생명과 신체에 대한 구체적인 공포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대법원 판례 역시 해악의 고지는 언어뿐만 아니라 거동으로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어, 메일 발송 행위 자체만으로도 기수(범죄 완료)에 해당한다.
학교의 학사 운영을 마비시킨 점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가 적용된다. 허위 사실을 유포해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 업무와 행정 업무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학생들이 하교 조치된 점, 이번에 교사들이 비상 대기하며 업무에 차질을 빚은 점 모두가 이에 해당한다.
다만, 실제 폭발물을 터뜨린 것은 아니므로 '폭발물사용죄'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더 큰 처벌 조항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권력 낭비시킨 대가... '위계공무집행방해'의 무거움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무겁게 다뤄질 혐의는 바로 위계공무집행방해죄(형법 제137조)다. 허위 신고로 경찰관과 소방관을 속여(위계), 폭발물 수색이라는 불필요한 직무를 수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공권력 낭비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과거 MBC 방송국 폭파 협박 사건(2014고단3171)에서, 경찰관 50여 명과 소방대원 34명이 출동하게 만든 피고인에게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인정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협박죄와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동시에 성립할 경우, 법원은 '상상적 경합' 관계를 적용한다. 이는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할 때, 가장 무거운 죄의 형량으로 처벌한다는 원칙이다. 통상적으로 협박죄(3년 이하 징역)보다 위계공무집행방해죄(5년 이하 징역)의 형량이 더 무겁기 때문에, 피고인은 5년 이하의 징역형을 기준으로 처벌받게 된다.
"실형 선고 가능성 높아"... 법원의 칼날은 매섭다
최근 법원의 양형 추세를 보면 '장난'이라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수원고등법원은 지난 2월, 광명역 폭파 예고 글을 올린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2024노1189). 당시 재판부는 133명의 공무원이 출동해 행정력이 낭비된 점을 양형의 불리한 요소로 꼽았다.
춘천지방법원 역시 인터넷에 칼부림 예고 글을 올린 사안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엄중히 경고했다(2023고단749).
이번 대구 고교 사건의 경우 ▲한 달 만에 범행이 반복된 점 ▲우회 IP를 사용하며 계획적으로 수사를 방해하려 한 점 ▲수능 직전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사회적 불안을 야기한 점 등이 겹쳐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범인이 잡힐 경우, 초범이라 할지라도 실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찰은 현재 IP 추적과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얼굴 없는 테러리스트'의 실체를 쫓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