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경찰의 한숨…"도난 확인서 써주세요" 떼쓰는 일본인, 알고 보니 보험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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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경찰의 한숨…"도난 확인서 써주세요" 떼쓰는 일본인, 알고 보니 보험 사기

2025. 11. 28 12:13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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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보험 타내려..." 관광객들의 '가짜 도난 신고' 기승에 경찰 골머리

법조계 "보험사기방지법·무고죄 적용되는 중범죄" 경고

서울 남대문경찰서 명동파출소 벽 한쪽에 일본어와 한국어로 적힌 경고문이 붙어 있는 모습. 경찰은 일본인·중국인 관광객들이 본인 잘못으로 휴대전화를 분실하고도 보상을 받으려고 도난 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 경고문을 써 붙였다. /연합뉴스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 명동 파출소 한편에 붙은 안내문이다. 특이한 점은 이 경고문이 한국어보다 더 큰 글씨의 일본어로 적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을 콕 집어 겨냥한 이 경고장. 여기에는 한국 경찰의 깊은 한숨과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의 무게가 담겨 있다.


잃어버리면 0원, 도둑맞으면 100%… 빗나간 재테크

사건의 발단은 여행자 보험의 약관 차이에서 시작된다. 통상적으로 여행자 보험은 본인의 부주의로 물건을 잃어버린 단순 분실은 보상해주지 않는다.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다. 반면, 누군가가 훔쳐간 도난의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


일부 일본인 관광객들은 이 점을 악용했다. 실수로 물건을 잃어버리고선 한국 파출소에 찾아와 "도둑맞았다"고 거짓 진술을 하는 것이다. 한국 경찰이 발급해 준 '도난 신고 확인서' 한 장이면 일본에 돌아가 보험금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가벼운 용돈 벌이일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법체계에서 이는 엄연한 중범죄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단순히 물건을 잃어버렸는데 훔쳐 갔다고 신고하는 행위. 법적으로는 어떻게 될까?


우선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이다. 우리 법은 보험사고 원인이나 내용을 속여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한다. 일반 사기죄보다 우선 적용되는 이 특별법에 따르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일본 보험사를 속인 건데 한국 법으로 처벌되나?"라고 반문할 수 있다. 답은 "그렇다"이다. 우리 형법은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범죄의 실행 행위인 허위 신고가 대한민국 영역 내인 명동 파출소에서 이루어졌으므로, 한국 형법을 적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죄 없는 도둑 만드는 '무고죄'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 내 물건을 훔쳐 갔다"는 신고는 필연적으로 가상의 범죄자를 만들어낸다. 이는 국가의 형사사법권을 침해하고, 불특정 다수를 범죄자로 모는 '무고죄'(형법 제156조)가 성립할 수 있다. 무고죄 역시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무거운 죄다.


다만, 범인 처벌보다 보험금 서류 발급만이 목적이었다면 무고죄 적용이 까다로울 수 있는데, 이때는 경찰을 속여 행정력을 낭비하게 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나 '경범죄처벌법(거짓신고)'으로 처벌받게 된다. 어느 쪽이든 범죄임은 변함이 없다.


경찰력 낭비와 나라 망신

허위 신고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의 치안 공백으로 이어진다.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즉시 출동해야 한다. CCTV를 돌려보고, 주변을 탐문 수사한다. 관광객의 거짓말 하나를 입증하기 위해 막대한 경찰 인력과 비용이 낭비되는 셈이다.


결국 명동 파출소가 일본어 경고문을 붙인 것은 "더 이상 한국 공권력을 기만하지 말라"는 최후 통첩인 셈이다. 이 경고문은 추후 허위 신고자가 잡혔을 때 "한국 법을 몰랐다"고 발뺌하는 것을 막는 고의성 입증 증거로도 활용될 수 있다.


즐거운 여행 추억을 범죄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려면, 양심을 속이는 가짜 도난 신고는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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