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10년 폭언이 부른 '의부증'…법정의 저울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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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10년 폭언이 부른 '의부증'…법정의 저울은 어디로

2026. 06. 04 10:3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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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장 받은 아내, "파탄 책임 남편에게도 있다" 반격 예고

남편의 외도를 의심한 아내가 의부증으로 이혼 소송을 당했는데, 아내는 남편의 폭언과 무시가 원인이었다며 이혼을 거부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집에서 발견된 여자 샌들 하나가 비극의 서막이었다. 남편의 외도를 의심해 난동을 부린 아내에게 '의부증'을 사유로 한 이혼 소장이 날아들었다.


아내는 지난 10년간의 폭언과 무시가 자신을 병들게 했다며 이혼을 거부하고 나섰다.


법률 전문가들은 혼인 파탄의 책임이 남편에게 더 크다는 점을 입증하면 이혼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 가정을 둘러싼 치열한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여자 샌들'이 당긴 비극의 방아쇠


사건은 A씨의 남편이 법원에 이혼소장을 제출하며 시작됐다. 소장에 적시된 주된 이혼 사유는 A씨의 '의부증(배우자의 불륜을 망상 수준으로 의심하는 증상)'.


남편은 아내가 집에서 발견된 여자 샌들과 청자켓을 보고 외도를 의심하기 시작해, 새벽에 문을 두드리거나 베란다 밖으로 물건을 던지고 주차장에서 소란을 피우는 등 난동을 부렸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가 자녀 한 명을 데리고 2년간 별거한 사실도 이혼 사유로 들며 위자료 1천만 원과 두 자녀의 양육비로 월 210만 원을 청구했다.


"당신이 여길 왜 타!"…10년 묵은 남편의 언어폭력


하지만 A씨 측의 설명은 다르다. 아내의 비정상적인 행동 이면에는 지난 10년간 이어진 남편의 막말과 무시, 폭언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A씨는 8년 전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고, 현재도 우울증과 불안 증세로 고통받고 있다. 별거 후 관계 회복을 위해 집으로 돌아왔지만 남편의 부당한 대우는 계속됐다.


미역국을 챙겨주자 "애가 싫다는데 왜 먹여?"라고 소리치고, 새로 산 자신의 차에 A씨가 타려 하자 "당신이 여길 왜 타?"라며 공개적으로 모욕감을 안겼다.


A씨는 남편의 이런 태도 때문에 외도 의심을 떨칠 수 없었고, 결국 감정이 폭발했다고 항변한다. 현재 몸까지 다쳐 안정이 필요한 A씨는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입장이다.


이혼 기각이 목표라면 '반소'보다 '준비서면'


소장을 받고 30일 안에 답변서를 내야 하는 촉박한 상황. 법률 전문가들은 일단 형식적인 답변서를 기한 내에 제출한 뒤, 구체적인 반박 내용을 담은 '준비서면'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노경희 변호사(노경희 법률사무소)는 "어머니가 이혼청구의 '기각'을 구하는 입장을 견지한다면 반소를 제기하기 보다는 '답변서' 및 '준비서면'으로 대응하시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섣불리 이혼을 전제로 한 반소(맞소송)를 제기하면 오히려 이혼 의사가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지인 변호사(법무법인 랜드마크) 역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이혼 기각을 구하는 입장이시라면, 상대방 주장을 반박할 때 '이미 파탄에 이른 부부 사이'로 보이지 않도록 정제하여 진술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법의 심판대, '누구 잘못이 더 큰가'에 달렸다


결국 이 소송의 핵심은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 즉 '유책(有責) 사유'가 누구에게 더 무겁게 있느냐다. 우리 법원은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원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유책주의'를 따르고 있다.


대법원 판례 역시 혼인 관계가 파탄 났더라도 이혼을 청구한 원고의 책임이 상대방의 책임보다 더 무겁다고 인정되면 이혼 청구는 기각될 수 있다고 본다(대법원 1994. 5. 27. 선고 94므130 판결).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남편에게도 있다는 점을 입증하고, 아내의 정신과 진단 이력과 남편의 부당한 대우를 증거로 제시하며 방어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재산분할이나 위자료를 청구하더라도, '이혼이 인용될 경우'를 전제로 한 예비적 청구 방식을 취하는 것이 이혼 기각 주장에 유리하다.


A씨가 남편의 귀책사유를 법정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증명하느냐에 따라 가정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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