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선수에게 “퇴물 병신××” 댓글…팬심으로 쓴 글도 처벌받나요?
좋아하는 선수에게 “퇴물 병신××” 댓글…팬심으로 쓴 글도 처벌받나요?
팀 이긴 날 쓴 한 줄 댓글로 프로게이머에 고소당한 팬…“억울하다”

프로게이머에게 “퇴물 병신××” 댓글을 단 팬이 모욕죄로 고소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프로게이머 A씨의 팬 B씨는 최근 경찰로부터 고소 사실을 통보받았다. A씨가 B씨를 모욕죄로 고소했다는 것이다. 3달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쓴 댓글이 문제가 됐다.
B씨가 쓴 댓글은 “XXX(선수 이름) 퇴물 병신×× 딜량보소 ㅋㅋㅋㅋㅋ”라는 내용이었다. B씨는 자신은 해당 선수의 팬이며, 다른 실명 사이트에는 그를 칭찬하는 글도 다수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문제의 댓글을 쓴 날은 A씨의 팀이 압승한 날이었다.
B씨는 “팀이 이긴 날 쓴 글인데 진짜 모욕할 의도는 아니었다”며 “좋아하는 선수에게 고소당해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과연 팬심에서 비롯된 과격한 표현도 처벌을 피할 수 없을까?
“퇴물, 병신××” 표현 자체는 모욕죄 성립 가능성 높아
변호사들은 B씨가 팬이라는 사실과 별개로, 사용한 표현 자체는 모욕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경멸적인 표현을 할 경우 성립한다. 법률사무소 명중 임승빈 변호사는 “‘퇴물, 병신××’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모욕적 언사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쓴이의 내심 의도나 응원 관계는 정상참작 사유는 될지언정, (범죄) 구성요건 자체를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소울 정진권 변호사 역시 “‘퇴물’, ‘병신××’ 등의 표현은 인격을 비하하는 경멸적 표현으로 평가될 여지가 크다”며 “의도가 모욕 목적이 아니었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모욕죄는 표현의 객관적 성질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즉, 작성자가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보다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팀 이긴 날 쓴 글”…법원이 맥락 참작해줄까
그렇다면 B씨가 주장하는 ‘맥락’은 아무 소용이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법원은 맥락을 고려하지만 이것만으로 무죄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법률사무소 도결 최우준 변호사는 “모욕죄는 단순히 거친 말을 썼다는 사정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글의 전체 맥락, 당시 경기 상황, 게시판 문화, 실제 비하 의도 등을 함께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퇴물, 병신 같은 표현은 맥락과 무관하게 불리하게 작용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도 “법원은 표현 하나만 떼어 보지 않고 작성 경위, 전체 문맥, 전후 상황을 종합하여 판단한다”면서도 “장난이나 팬심에서 쓴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문구 자체가 직접적이고 거친 욕설이어서 불리하게 평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적으로는 이러한 표현이 사회상규(사회 일반의 건전한 상식)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인정될 경우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 B씨가 평소 팬 활동을 해 왔다는 점, 팀이 이긴 날 쓴 일회성 게시글이라는 점 등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리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경찰 조사, 억울함 호소보다 ‘자료 제출’과 ‘합의’가 중요
변호사들은 B씨가 경찰 조사에서 억울함만 호소하기보다,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탄탄 이수천 변호사는 “‘모욕할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만 반복하기보다, 평소 해당 선수를 응원해 온 자료, 게시글 작성 당시 경기 상황 등을 설명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함께 보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피해자인 프로게이머와의 합의다. 모욕죄는 친고죄로,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하면 사건은 그대로 종결된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모욕죄는 합의만 하면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바로 종결된다”며 “필요하다면 합의 여부도 함께 검토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만약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초범이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30만 원에서 100만 원 수준의 비교적 가벼운 벌금형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