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수입 불평했더니 '내 부모는 가난하다' 말하라 강요…이혼 책임은 누구에게?
남편 수입 불평했더니 '내 부모는 가난하다' 말하라 강요…이혼 책임은 누구에게?
아내가 거부하자 폭행 암시하며 재산 포기 각서까지 쓰게 해…변호사들 “남편 귀책 압도적”

남편 수입에 불만을 표한 아내에게 남편이 부모 비하 발언을 강요하고 각서를 쓰게 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가했다. / AI 생성 이미지
결혼 2년 차 주말부부인 33세 여성 A씨는 최근 남편에게 잊을 수 없는 모욕을 당했다. 남편의 수입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가, 자신의 부모를 비하하는 말을 하도록 강요당한 것이다.
남편은 A씨가 망설이자 이혼을 거론하며 폭력을 쓸 듯한 태도까지 보였다. 공포에 질려 남편이 시키는 대로 말한 A씨는 자기혐오와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 남편은 이후에도 A씨를 ‘정신병자’라 부르는 등 막말을 이어갔다.
자신의 불만 표출이 발단이 됐지만, 남편의 대응이 너무 과했다고 느낀 A씨. 이 결혼이 파탄에 이른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더 클까?
'돈 못 번다'는 아내의 잔소리, 남편의 '충격 요법'으로
A씨의 남편은 결혼 전 약속과 달리 초과 근무를 하지 않았고, A씨는 남편의 수입에 대해 몇 차례 불만을 표했다. 올해 초, A씨가 또다시 비슷한 말을 하자 남편은 격분하며 A씨에게 충격적인 요구를 했다.
“나는 무지하고 가난한 부모 밑에서 커서 가난하게 자랐습니다”라고 말하라는 것이었다. A씨가 충격에 빠져 거부하자 남편은 “그럼 이혼이다. 너는 이런 충격요법을 써야 말귀를 알아듣는다”며 A씨를 몰아붙였다. A씨는 맞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남편이 시키는 대로 말해야 했다. 남편은 “한 번 더, 크게”라며 반복까지 시켰다.
이후 남편은 화가 풀렸다며, 다시 돈 문제로 불평할 경우 재산의 일부를 자신에게 준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게 했다. 심지어 각서를 A씨 얼굴 옆에 두고 사진까지 찍었다.
변호사들 “아내 불만은 부부싸움, 남편 강요는 정서적 학대…책임 현저히 커”
변호사들은 남편의 행위가 단순한 부부싸움을 넘어선 정서적 학대 및 강요에 해당하며,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고 분석했다. A씨가 남편의 수입에 불만을 표한 사실이 있더라도, 남편의 대응은 그 균형을 현저히 잃었다는 것이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배우자의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불만 표현은 혼인 생활 중 발생할 수 있는 흔한 갈등”이라면서도 “반면 상대방이 부모를 욕하게 시키고 폭력을 행사할 듯한 분위기를 조성한 행위는 사람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는 민법 제840조 제3호가 정한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해당하는 명백한 재판상 이혼 사유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 역시 “현재 상황에서는 남편분의 귀책사유가 압도적으로 크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억지로 부모님을 모욕하는 발언을 하게 만들고, 이혼이나 폭력을 암시하며 각서를 강요한 뒤 사진까지 찍은 행위는 일방적이고 폭압적인 통제나 가스라이팅”이라며 “법원은 이를 혼인 파탄의 가장 무거운 원인으로 본다”고 밝혔다.
나아가 남편의 행위가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대섭 변호사는 “공포심을 주어 의무 없는 일을 억지로 하게 만든 행위는 형법 제324조에 따른 강요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짚었다.
남편이 스스로 남긴 '각서 사진', 이혼 소송의 결정적 증거
변호사들은 특히 남편이 A씨를 통제하기 위해 찍은 ‘각서 사진’이 역으로 남편의 유책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피플청담 이택건 변호사는 “각서는 효력이 문제 되기 이전에 그 사람이 배우자를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라며 “얼굴 옆에 각서를 두고 촬영했다는 사실 자체가 굴복을 확인받으려 한 행위이며, 이는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관계의 구조를 한 장으로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도 “상대가 스스로 남긴 그 '각서 사진'은 단순한 정황 증거를 넘어 관계의 비대칭성을 입증할 결정적 물증”이라며 “향후 사실혼 해소 과정에서 재산 분할이나 위자료 책임을 회피하려 할 때 핵심 무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은 A씨가 이혼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남편의 막말이나 강요 행위가 담긴 녹취, 메시지, 각서 사진 등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