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폭행에 헛발질 대응했다 벌금 70만원…정식재판으로 무죄 가능할까
윗집 폭행에 헛발질 대응했다 벌금 70만원…정식재판으로 무죄 가능할까
층간소음 다툼 중 상대가 먼저 폭행해 벌금형
맞고소 당하자 정당방위 주장했지만 똑같이 벌금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던 윗집 남자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A씨. 실랑이 끝에 상대방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신고했고, 상대는 벌금형을 받았다.
그런데 8개월 뒤, A씨 역시 상대방의 맞고소로 똑같이 벌금 70만원 처분을 받았다. 다툼 과정에서 발길질했지만, 실제 맞지는 않았는데도 나온 결과였다.
A씨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 정식재판을 고민하고 있다. 과연 법원에서 정당방위를 인정받아 무죄가 될 수 있을까?
"먼저 때려서 벌금 냈으면서"…8개월 뒤 '맞고소' 당한 아랫집
40대 여성 A씨는 윗집에 사는 60대 남성 B씨와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어왔다. 지난 10월, 두 사람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고 B씨는 A씨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때릴 듯 위협하다 엘리베이터 밖으로 밀어냈다.
A씨의 신고로 B씨는 폭행 혐의가 인정돼 법원으로부터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약 8개월 뒤, B씨가 A씨를 폭행 혐의로 맞고소했다.
경찰이 확인한 CCTV에는 당시 실랑이 과정에서 A씨가 B씨를 향해 발길질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다만 실제 신체 접촉은 없었다.
A씨는 B씨의 공격에 대한 정당한 방어였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A씨 역시 폭행 혐의가 인정된다며 약식기소했고 법원은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억울함을 느낀 A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해 무죄를 다퉈볼지 고민하고 있다.
발 안 닿았는데도 폭행죄? "위협적 행동만으로도 성립"
변호사들은 신체 접촉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폭행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우리 법원은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접촉뿐만 아니라, 위협적인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 자체를 폭행으로 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목민 박현익 변호사는 "법적으로 폭행죄는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상해나 접촉뿐만 아니라 불법적인 '유형력의 행사'가 있다면 성립할 수 있다"며 "때릴 듯이 발길질을 한 행위 자체도 위협적인 물리력 행사로 보아 폭행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쉴드 정진욱 변호사 역시 "폭행죄는 반드시 신체적 접촉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상대방에게 근접하여 위협적인 동작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유형력의 행사로 평가되어 폭행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정당방위' 인정될까…CCTV 속 '순서'가 관건
결국 A씨가 무죄를 주장하기 위한 핵심은 '정당방위' 인정 여부다. 변호사들은 CCTV 영상에 담긴 당시 상황의 연속성이 결과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정당방위는 B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던 상황에서 이를 피하기 위한 상당한 방어행위였는지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B의 공격이 끝난 뒤 보복성으로 발길질을 했다면 정당방위 주장은 약해진다는 것이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김민지 변호사는 "CCTV상 발길질이 실제로 B씨에게 닿지 않았고, B씨의 선제적 위협이 명확하다면 정당방위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관건은 A씨의 발길질이 B씨의 공격에 대한 소극적 방어였는지, 아니면 감정싸움 중 벌어진 쌍방의 공격이었는지다. 법무법인 게이트 김병현 변호사는 "단순히 서로 감정적으로 다투다가 일방적으로 발길질한 것으로 보인다면 정당방위 주장이 인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억울해서 정식재판…혹시 벌금 더 오를 수도 있나?
A씨가 정식재판을 청구할 때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혹시 더 불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벌금형보다 무거운 징역형 등으로 형의 종류가 바뀌지는 않지만 벌금액이 오를 가능성은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약식명령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징역형 같은 더 무거운 처벌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벌금액 자체가 오를 위험까지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법무법인 목민 박현익 변호사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기존 70만원보다 벌금액이 더 상향될 위험성은 열려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식재판 청구의 실익은 CCTV 영상에 A씨의 행위가 B씨의 공격을 막기 위한 방어적 행동이었음이 얼마나 명확하게 나타나는지에 달려있다.
변호사들은 무작정 재판을 청구하기보다 CCTV 영상을 면밀히 분석해 승소 가능성을 따져본 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