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풀공 세게 던졌다고..." 한순간에 아동학대 교사로 몰렸어요
"볼풀공 세게 던졌다고..." 한순간에 아동학대 교사로 몰렸어요
동료 신고로 경찰 조사 앞둔 보육교사, CCTV가 유일한 희망
전문가들 "초기 대응이 운명 가른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원장님은 이제 알아서 해결하라고만 하세요." 구청 소속 키즈카페에서 일하던 보육교사 A씨는 동료의 신고 한 통으로 아동학대 가해자로 지목됐다.
아이와 볼풀장에서 놀아주던 평범한 일상. 그중 한 장면이 '일방적으로 공을 세게 던진 학대'로 규정되면서 A씨는 경찰 조사를 앞두게 됐다.
사건의 발단은 사소했다. A씨가 키즈카페 볼풀장에서 아이들과 놀이 활동을 하던 중, 한 아이에게 볼풀공을 던진 것이 문제가 됐다.
이를 본 동료 직원이 A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것이다. 신고 사실을 알게 된 아이의 보호자는 CCTV 영상 일부를 확인했지만, 특별한 학대 정황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를 통해 전체 영상을 확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A씨가 기댈 곳은 없었다.
키즈카페 원장은 "이제는 해결해줄 수 없다"며 사실상 책임을 회피했다.
놀이였나, 학대였나... CCTV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전문가들은 A씨의 운명을 가를 핵심 증거로 'CCTV 영상'을 지목했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볼풀장에서 있었던 일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볼풀공을 세게 던진 일이 있는지, 있다면 왜 그랬는지 등 전후 사정을 따져 학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인을 상대로 했다면 문제 되지 않을 행동도 아동을 상대로 하면 전혀 다른 해석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은 보호자가 자녀의 안전을 확인할 목적으로 CCTV 영상 열람을 요청할 권리를 보장한다. 헌법재판소 역시 "CCTV 설치는 어린이집 안전사고와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인정한 바 있다. 결국 A씨의 행위가 학대인지, 아니면 오해에서 비롯된 놀이의 일환이었는지는 CCTV 영상 전체를 면밀히 분석해야만 가려질 전망이다.
A씨에게는 혐의를 벗을 유일한 희망이자, 동시에 가장 결정적인 심판대가 될 수 있다.
'정인이법' 이후 무관용 원칙... 억울해도 처벌받나?
법조계는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된 점을 우려한다. 법무법인 대환의 김익환 변호사는 "아동학대살해죄가 신설되는 등 처벌 강화 추세가 뚜렷하다"며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벌금형만 받아도 평생 전과 기록이 남는다"고 경고했다.
보육교사로서의 삶이 끝날 수도 있는 중대한 위기다.
신고만으로도 교사의 삶을 뒤흔드는 현실 뒤에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가 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보육교직원 등이 직무상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즉시 신고하도록 규정한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사소한 오해가 섣부른 신고로 이어지고, 방어권이 취약한 교사들이 과도한 비난에 직면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A씨의 사례 역시 이러한 딜레마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이 진술 vs 교사 해명... 법원은 누구 손을 들어줄까?
수사 과정 역시 A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아동학대 사건은 피해 아동의 진술을 먼저 확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해바라기센터 등 전문기관에서 이뤄지는 아이의 진술은 구체적이고 일관될 경우 강력한 증거 능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이 '아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두는 경향이 있어, 교사가 혐의를 벗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결국 사건은 'CCTV 영상'이라는 객관적 증거와 '피해 아동의 진술'이라는 주관적 증거 사이의 진실 공방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A씨가 당시 상황을 아무리 논리적으로 해명하더라도, 영상 분석 결과나 아이의 진술이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꼼짝없이 혐의를 뒤집어쓸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골든타임 놓치면 끝... '무혐의' 입증 위한 전문가 조언은?
변호사들은 '골든타임' 내의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CCTV 영상이 삭제되기 전에 신속히 보존 조치를 취하고, 경찰 조사 전 반드시 법률 전문가를 선임해야 한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조사에 임하고, 학부모와의 소통 역시 변호사를 통해 오해를 풀어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김익환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아동학대 혐의를 벗은 후에는 무고죄 역고소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억울한 교사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무분별한 신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한 보육교사의 운명이 볼풀공과 CCTV 영상, 그리고 법의 저울 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작했다.
놀이와 학대의 경계선에 선 그의 결백 증명은 이제 막 첫발을 뗐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