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범 무혐의? 끝이 아니다…'이 죄명'으로 7년 안에 부서진 물건 값 받아낸다
폭행범 무혐의? 끝이 아니다…'이 죄명'으로 7년 안에 부서진 물건 값 받아낸다
법원 "단순 손괴 5년, 흉기·다중 위력 동반 시 '특수재물손괴' 7년 적용"…고의성 입증이 관건

A씨의 스마트폰을 박살낸 폭행범이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는데, 스마트폰 값을 받아낼 수 있을까?/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내 스마트폰 박살 낸 폭행범, 처벌 피했다면? '공소시효 7년'의 역전 카드, '특수재물손괴죄'를 아시나요
폭행 가해자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지만, 그가 휘두른 주먹에 박살 난 내 스마트폰 값은 받아낼 수 있을까? 몸도 다치고 재산 피해까지 입었지만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는다면 억울함은 배가된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폭행죄와는 별개로 '재물손괴죄'의 책임을 물어 잃어버린 재산권을 되찾을 길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몸 따로, 물건 따로…법의 저울은 다르게 잰다
폭행 사건이 증거불충분으로 종결됐더라도, 같은 현장에서 발생한 재물 파손에 대해선 별도의 고소가 가능하다.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를,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산권'을 보호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법이 지키려는 가치, 즉 법익(法益)이 전혀 다른 별개의 범죄라는 의미다.
법률사무소 희승의 전희정 변호사는 "폭행죄와 재물손괴죄는 피해 내용과 구성요건이 전혀 다른 범죄"라며 "기존 폭행죄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고소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가해자의 한 가지 행동이라도, 사람을 향한 폭력과 물건을 향한 파손 행위를 분리해 각각 다른 법적 잣대로 평가한다.
'불기소'는 마침표가 아니다…'일사부재리'의 오해
흔히 한 번 재판이 끝난 사건은 다시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 원칙'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온 경우에만 적용된다. 검찰 단계에서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처분'은 확정 판결이 아니다.
따라서 불기소 처분된 사건이라도, 다른 죄명을 적용하거나 새로운 증거를 찾아 다시 고소하는 길이 열려 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폭행 혐의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되었더라도 재물손괴 혐의로 새롭게 고소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이 경우 일사부재리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했다.
공소시효 5년? 7년?…'특수'가 붙으면 달라진다
재물손괴죄로 다시 법의 문을 두드릴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공소시효'다. 일반적인 재물손괴죄(형법 제366조)는 법정 최고형이 '징역 3년'이라 공소시효가 5년이다. 하지만 폭행 현장에서 벌어진 재물 파손은 양상이 다를 수 있다.
만약 가해자가 위험한 물건(흉기)을 휴대했거나, 여러 명이 함께 위력을 보여 물건을 부쉈다면 '특수재물손괴죄'(형법 제369조)가 적용될 수 있다. 특수재물손괴죄의 법정 최고형은 '징역 5년'이다. 형사소송법은 법정 최고형이 '10년 미만의 징역'인 범죄의 공소시효를 7년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폭행범이 흉기를 들고 위협하며 스마트폰을 던져 부쉈다면, 피해자는 7년이라는 시간 안에 가해자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판을 뒤집는 '결정적 한 방', 사진 한 장에 달렸다
재물손괴죄로 다시 법의 문을 두드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다. 변호사들은 파손된 물건의 사진이나 영상, 수리비 견적서 및 영수증, 목격자 진술, CCTV 영상 등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핵심은 가해자가 '고의로' 물건을 부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니케의 이현권 변호사는 "가해자가 '실수였다'고 발뺌할 가능성이 높다"며 "물건을 의도적으로 손괴했다는 정황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한장헌 변호사 역시 "재물 손괴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수사관의 '온도 차'…넘어야 할 현실의 산
다만 한번 불송치(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보내지 않고 종결)로 끝난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라미 법률사무소의 이희범 변호사는 "기존 사건이 불송치로 종결됐다면 수사기관이 재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짚었다. 명확한 증거와 논리로 수사기관을 설득하는 과정이 그만큼 중요하다.
결국 폭행 혐의가 사라졌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억울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면, 잠자고 있는 증거를 찾아내 형사 고소를 다시 시도할 수 있다. 특히 '특수재물손괴'에 해당할 경우 7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이와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므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해 가장 유리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