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인지장애' 진단 받은 엄마를 위한 선택, 성년후견? 한정후견?
'경도인지장애' 진단 받은 엄마를 위한 선택, 성년후견? 한정후견?
질병·장애·노령 등으로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후견제도
성년후견은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 능력이 결여된 경우 가능
경도인지장애, 일상생활은 가능한 상황⋯성년후견 대신 한정후견 가능할 듯

뇌경색을 겪고 난 후 소비가 이상할 만큼 늘어난 어머니. 병원은 이런 어머니를 '경도인지장애’라고 진단했다. 인지기능이 떨어진 어머니를 위해 후견인 제도를 이용할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단란했던 A씨 가족은 최근 어머니 때문에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어머니의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그동안 어머니가 자녀들을 위해 헌신한 만큼, 경제적인 지원을 아낄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지난달 카드 대금만 2000만원이 넘었고 빚은 1억원이 넘었다.
어머니가 변한 건 몇 년 전 뇌경색 증상을 겪은 후부터. 점점 늘어가는 빚에 자녀들은 결국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 그랬더니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았다. 같은 연령대에 비해 인지기능이 떨어져 있으나, 일상생활의 독립성은 유지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후 치매약을 복용하고 있긴 하지만 좀처럼 나아지고 있지 않다.
A씨는 어머니와 가족들을 위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러다 '후견인 제도'를 알게 됐다. 어머니의 소비 활동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 어머니도 동의했다.
A씨는 변호사들에게 이 상황에서 후견인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지, 그 이전에 있었던 법률행위(경제행위)에 대한 취소가 가능한지도 문의했다.
성인이지만 질병·장애·노령 등으로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후견제도. 각종 능력이 부족한 성인은 후견인을 지정해 이들의 보호를 받으라는 취지다. 후견인은 법원의 감독을 받아 그의 재산을 관리하고, 일상생활을 보호하고 지원하게 된다. 이 경우 역시 친족 또는 제3자가 후견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
후견인제도는 크게 성년후견과 한정후견 등으로 나뉜다.
성년후견은 질병·장애·노령 등으로 인해 정신적 제약이 생겨 '사무 처리 능력이 결여된' 성인이 그 대상이다. 이에 비해 '한정후견'은 정신제약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해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A씨 어머니의 경우 정신적 제약(경도인지장애)을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법률사무소 인도 안병찬 변호사는 "A씨 어머니의 증상이 악화하면 신청할 여지는 있다"면서도 "(지금 상황에서) A씨가 말한 사실관계만으로 A씨 어머니에 대한 성년후견인 신청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한정후견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변호사 한병진 법률사무소'의 한병진 변호사는 "경도인지장애라고 하더라도 '경제적인 부분'을 전혀 관리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한정후견 개시신청을 하면 인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산성의 박현우 변호사도 "한정후견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가정법원이 A씨 어머니에 대한 한정후견을 받아들인다면, 이전에 썼던 카드 대금이나 빚은 다 없어지는 걸까. 한정후견이 개시되면, 후견인 동의가 필요한 일을 독자적으로 처리했을 경우 그 행위를 취소할 수 있기 때문에 생긴 궁금증이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할 것으로 변호사들은 봤다. 대법원 판례도 그렇다. 1992년 대법원은 "표의자가 법률행위 당시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 상태에 있어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 선고를 받을 만한 상태에 있었다고 해도, 그 당시 법원으로부터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선고를 받은 사실이 없는 이상, 그 후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선고가 있어 그의 법정대리인이 된 자는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자의 행위능력 규정을 들어 그 선고 이전의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92다6433판결)
지난 2013년 민법이 개정된 후 금치산·한정치산 제도는 사라졌지만, 그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정후견인이 한정후견 개시 심판 이전의 모든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다면 민법에서 중요시하는 '거래의 안전'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변호사들은 과거의 빚 등은 없앨 수는 없더라도, 한정후견인이 받아들여지면 지금까지와 같은 재산손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