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체 할게요" 2만 4천원 찜닭 '먹튀'… 60배 벌금 물었다
"계좌이체 할게요" 2만 4천원 찜닭 '먹튀'… 60배 벌금 물었다
이례적으로 중범죄를 다루는 합의부에 배당
2년 6개월 만에 선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2만 4,000원짜리 찜닭 한 마리를 시켜 먹고 돈을 내지 않은 이른바 '먹튀' 손님.
영세 자영업자의 한숨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이 사건은, 무려 3명의 판사가 심리하는 합의부 재판으로 넘겨져 2년 6개월 만에 결론이 났다.
대가는 혹독했다. 피고인이 물어내야 할 벌금은 밥값의 62.5배에 달하는 150만 원이었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최연미)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단돈 2만 원대 사기극이 법정에서 어떻게 이토록 무겁게 다루어졌는지 들여다봤다.
"문자로 계좌 넣어주세요"… 자영업자 울린 새빨간 거짓말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22년 5월 7일 오후 12시 57분경, 경북에 거주하는 A씨는 배달앱을 통해 한 식당에서 2만 4,000원 상당의 찜닭을 주문했다.
A씨는 주문 요청사항란에 "계좌이체 할게요 문자로 계좌 넣어주세요"라고 그럴싸하게 기재했다.
바쁜 점주들이 현장 결제나 계좌이체 요청을 믿고 먼저 음식을 배달해 준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식당 주인을 안심시키기 위한 핑계였을 뿐, 애초에 A씨는 음식을 받더라도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었다. 결국 찜닭을 공짜로 챙긴 A씨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만 4천원 사건이 재판으로… 2년 6개월의 끈질긴 추적
이 사건에서 가장 어처구니없으면서도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단연 사건번호다. 이 사건의 번호는 '2023고합24'. 여기서 '고합'은 지방법원 및 지원의 '합의부'에서 1심을 담당했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형사 합의부는 살인이나 중증 성범죄, 혹은 편취액이 5억 이상인 특경법상 사기 등 사회적 파장이 크고 무거운 중범죄 사건을 다룬다.
단돈 2만 4,000원짜리 소액 사기 사건이 판사 3명이 심리하는 합의부에 배당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범행일(2022년 5월 7일)로부터 판결 선고일(2024년 10월 29일)까지 무려 2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다. 찜닭 한 마리 먹튀 사건이 법정에서 얼마나 끈질기고 진지하게 다뤄졌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판부 "생계형 범행 참작" vs "동일 수법 반복은 엄벌"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편취한 찜닭 값의 60배가 훌쩍 넘는 금액이다.
판결문에 담긴 재판부의 양형 이유는 명확했다. 먼저 A씨에게 유리한 사정으로는 당장의 끼니를 때우기 힘들었던 궁박한 상황이 꼽혔다.
재판부는 "피해액이 비교적 소액인 점, 생계형 범행으로 보이는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전력이 없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처는 딱 거기까지였다. 법원이 가혹하리만치 무거운 철퇴를 내린 결정적 이유는 A씨의 상습성에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24,000원 상당의 음식을 제공받고도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으며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사건과 유사한 시기에 동일한 수법의 범행을 수회 저질러 각 벌금형의 처벌을 받기도 하였다"고 일침을 가했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단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한 상습적이고 악의적인 '배달앱 먹튀'였음이 드러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