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21)] 고장 난 다리미를 새거라고 팔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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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21)] 고장 난 다리미를 새거라고 팔았으면?

2021. 05. 06 14:37 작성2021. 05. 06 14:39 수정
호문혁 교수의 썸네일 이미지
homoo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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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우리나라에서는 이처럼 매매 목적물에 물질적인 흠결이 있으면 매도인이 담보책임을 진다. 이를 하자담보책임이라고 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십여 년 전에 미국 동부 어느 도시에서 전자제품 가게에서 전기다리미를 샀다. 며칠 뒤에 옷을 다리려고 보니 아예 작동을 하지 않았다. 그 가게에 가서 다리미가 작동을 하지 않으니 바꿔 달라고 했더니, 상자를 열어 반품하는 물건을 보기는커녕 아무 말도 없이 순순히 진열대에서 다른 것을 꺼내 바꿔주었다. '이 사람들은 참 융통성도 있고 여유도 많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새 물건을 받아들고 가게를 나오려다가 크게 놀랐다. 내가 반품한 다리미를 그냥 진열대에 도로 올려놓는 것이었다.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뭐지? 반품된 고장 난 다리미를 다른 손님에게 그냥 팔겠다는 건가? 그럼 내가 먼저 산 것도 이미 반품된 거였나? 미국이 이렇게 엉성한 나라인가?'


이런 경우를 미국법은 어떻게 규율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처럼 매매 목적물에 물질적인 흠결이 있으면 매도인이 담보책임을 진다. 이를 하자담보책임이라고 한다. 여기서 물질적인 흠결에는 어떤 것이 해당할까? 고장 난 다리미처럼 아예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판 물건이 본래 갖추어야 할 성능을 갖지 못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예를 들면, 스팀다리미를 팔았는데, 일반 전기다리미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스팀 기능이 작동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흠결이 있다고 인정된다.


매매 목적물이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기대하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어서 사용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도 흠결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도로보다 낮은 토지를 건물 대지로 팔기 위하여 토지를 높이는 성토공사를 하면서 산업폐기물을 몰래 매립하고 그 위에 흙을 덮어서 주택을 짓기 좋은 대지의 겉모습을 만들어 판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건물을 짓기 위해서 매입한 토지가 도시계획구역 안에 있어서 건축이 제한되어 있는 경우처럼 공법상의 사용 제한이 있는 경우에도 흠결이 있다고 인정되기도 한다.


이러한 흠결로 매도인에게 하자담보책임을 물으려면 매수인이 계약할 때에 아무런 잘못 없이 그 흠결을 몰랐어야 한다. 흠결을 알았거나(악의·惡意), 쉽사리 발견할 수 있는 흠결을 부주의로 모르고 지나쳤을 때(과실)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리고 매수인이 그 흠결이 있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안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면 매매 목적물의 흠결에 매도인도 아무런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가? 이 책임은 매매 목적물에 흠결이 있는 경우에 매수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어서 매도인에게 과실이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매도인은 과실이 없더라도 책임을 진다.


담보책임의 내용으로는 우선 계약의 해제가 있다. 매수인이 매매 목적물의 흠결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계약의 해제로 매도인은 매매대금을 반환해야 하고, 매수인은 흠결 있는 물건을 되돌려주게 된다. 만일 그 흠결을 매수인이 손쉽게 또는 싼 비용으로 수리할 수 있으면 계약의 해제는 인정되지 않는다. 매수인의 수리로 흠결이 제거될 것이고, 그 수리 비용은 매수인이 손해배상 일부로 청구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경우에는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매도인이 배상할 손해액은 흠결이 없는 물건을 매매하였다고 믿은 것으로 말미암은 손해, 즉 흠결의 존재를 알았다면 감액하였을 만큼의 금액이다. 그러므로 위의 예에서 스팀 기능이 고장 난 다리미를 산 경우, 고장 난 부분을 고친 데 든 비용이거나 스팀 기능이 없는 다리미와의 가격 차이가 손해가 될 것이다. 산업폐기물을 묻은 토지의 경우에는 폐기물을 처리하여 정상적인 토지로 복구하는 데 드는 비용이 손해가 될 것이다.


다량의 물건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기업에서는 이러한 담보책임에 관하여 약관을 만들어서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새 물건으로 바꾸어주고, 어떤 경우에는 무상으로 수리해 주고, 그 보증기간은 몇 년이고 등등. 대량생산한 물건을 살 때는 약관에 관해서 설명을 잘 들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 미국 어떤 동네에서처럼 그냥 막 바꿀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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