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자에 무릎 꿇고 제압, 갈비뼈 부러뜨린 경찰... '과잉 체포' 법적 쟁점은?
신고자에 무릎 꿇고 제압, 갈비뼈 부러뜨린 경찰... '과잉 체포' 법적 쟁점은?
벌금 없는 '독직폭행치상'으로 공무원직 잃나

체포 과정에서 다친 얼굴 / 연합뉴스
폭행 사건의 신고자가 도리어 출동한 경찰관에게 제압당해 갈비뼈 5개가 부러지는 중상해를 입고 경찰관을 독직폭행치상 혐의로 고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경찰은 신고자가 욕설하여 모욕죄 현행범으로 체포하려 했으며, 이 과정에서 물리력 행사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논란은 경찰의 현행범 체포 적법성과 물리력 행사 기준이라는 두 가지 첨예한 법적 쟁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신고자는 왜 '피의자'가 되었나: 갈등의 시작과 중상해 체포 과정
사건은 지난 9월 27일 울산 남구의 한 도로에서 시작됐다. 30대 남성 A씨는 폭행 장면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B경장과 C경위가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는 듯 보이자, A씨는 "제대로 처리하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 요구에 경찰관들은 "참견하지 말라"는 취지로 응대하면서 시비가 붙었다. 잠시 현장을 떠났던 A씨가 다시 밖으로 나왔고, B경장과 대치하며 언쟁이 격화됐다.
결국 A씨가 거친 말을 하자 옆에 있던 C경위가 A씨 뒤에서 목을 감아 도로 바닥으로 넘어뜨렸다.
이어 B경장은 넘어진 A씨 위를 덮쳐 뒷덜미와 옷소매를 붙잡고 강하게 바닥으로 끌어당겨 엎드리게 한 후, 무릎으로 A씨의 머리와 목을 짓눌러 제압한 뒤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이 모든 과정은 CCTV에 기록됐다.
A씨는 체포 과정에서 얼굴과 가슴 등이 강하게 눌려 갈비뼈 5개 골절 및 입술 파열 등 전치 4주 상해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온몸이 눌리면서도 혹시라도 대응하면 문제가 될까 봐 가만히 있었다"고 주장하며, 미란다 원칙도 제때 고지받지 못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욕설이 '현행범 체포' 근거되나: 모욕죄 체포의 법적 쟁점
경찰은 A씨가 경찰관에게 욕설해 모욕죄로 현행범 체포했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하려는 것처럼 보여 물리력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순찰차 내부에서 침을 뱉어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추가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A씨가 신고자로서 이미 신원이 파악된 상태였고, A씨의 모욕 행위가 경찰관의 불심검문 등에 대한 일시적·우발적 항의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현행범 체포의 가장 핵심적인 요건인 '체포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범 체포의 조건: 현행범 체포는 ①행위의 가벌성, ②범죄의 현행성·시간적 접착성, ③범인·범죄의 명백성 외에 ④체포의 필요성(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이 반드시 요구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다.
판례 동향: 대법원은 과거 경찰관의 불심검문에 항의하며 욕설한 사안에서, 피의자가 이미 운전면허증을 교부해 신원이 파악된 상태였고 모욕 범행이 일시적·우발적인 행위로 경미하며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어 체포의 필요성이 없으므로 현행범 체포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A씨의 욕설이 모욕죄에 해당하더라도, 신원이 확인된 신고자였던 A씨에게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 즉 체포의 필요성이 있었는지에 따라 현행범 체포의 적법성이 갈릴 수 있다.
만약 체포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후 A씨의 저항이나 경찰관에 대한 행동 역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을 여지가 생긴다.
갈비뼈 5개 골절 '경찰 비례의 원칙' 위반 논란
더욱 심각한 쟁점은 경찰관의 과잉 물리력 행사 여부다.
A씨는 "별다른 위협이나 반항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하며, 해당 경찰관들을 독직폭행치상 혐의로 고소했다. 독직폭행치상죄는 법정형에 벌금형이 없이 징역형과 자격정지형만 규정하고 있어 죄가 인정될 경우 경찰관 신분에 치명적이다.
경찰 비례의 원칙: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경찰관의 직권 행사는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며 경찰 비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과잉 진압의 기준: 경찰관의 물리력 행사는 구체적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였는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여 현저하게 불합리한 것으로 인정되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별다른 저항 없이 강제로 제압당하는 과정에서 갈비뼈 5개 골절이라는 중상을 입힌 행위는 체포 상황과 A씨가 입은 피해 사이의 합리적인 비례 관계를 벗어난 과도한 제압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CCTV 영상에 A씨의 머리와 목을 무릎으로 짓눌러 제압하는 장면이 담긴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사람이 다쳤다는 점을 인정하며, 체포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과잉이 있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