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못 참고 '효자손'으로 천장 두드렸다가⋯스토킹 전과자 됐다
층간소음 못 참고 '효자손'으로 천장 두드렸다가⋯스토킹 전과자 됐다
환불 불만에 폭언 문자 24통 보낸 손님도 스토킹 유죄
전문가들 "직접 대응 피해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층간소음에 항의하려 천장을 두드리거나, 환불 불만에 문자를 쏟아부은 이들이 잇따라 스토킹 범죄로 전과자가 됐다.
윗집 층간소음에 시달리던 A씨. 윗집에 소음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화가 난 A씨는 약 2개월 동안 9차례에 걸쳐 이른바 '효자손'으로 천장을 쾅쾅 두드리고 인터폰으로 호출하는 행위를 이어갔다.
숙박 플랫폼에서 예약을 취소하려던 B씨의 상황도 비슷했다. 환불 정책상 전액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분노한 B씨는 업주에게 결제 취소를 요구했다.
업주가 응하지 않자 B씨는 약 2개월 동안 "사람 잘못 골랐다"는 내용과 함께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넣겠다는 협박성 문자 메시지 24통을 보냈다.
층간소음과 환불 문제, 일상에서 흔히 겪을 법한 이 분쟁의 결말은 모두 형사처벌이었다.
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에 따르면, 법원은 A씨에게 스토킹처벌법(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벌금 200만원과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B씨에게도 스토킹처벌법 위반과 협박 혐의를 적용해 벌금 100만원과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
과거엔 '연인 문제' 국한, 이제는 '불안감 유발' 자체가 처벌 대상
과거 스토킹 범죄는 주로 연인이나 전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스토킹의 본질을 '관계'가 아닌,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 그 자체'로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지난 2023년 대법원은 층간소음에 대한 보복 행위 역시 스토킹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벽이나 천장을 두드리는 행위, 우퍼 스피커를 이용해 고의로 소음을 발생시키는 보복 행위가 모두 스토킹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토킹이 성립하는 횟수에 대한 기계적인 기준도 없다. 단 2회만 반복해도 스토킹이 성립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민앤정 권민정 변호사는 "경찰의 경고장을 받은 이후부터는 스토킹이 된다"며 "경찰이 출동해 경고장을 발부한 이후에도 똑같은 행위가 있다면 스토킹으로 처벌되며, 여기엔 거의 예외가 없다"고 강조했다.
막무가내 직접 항의는 '독'⋯경찰 등 국가기관 이용해야
그렇다면 정당한 항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층간소음이나 주차 문제, 채무 관계 등 일상 속 분쟁에서 상대방 차량에 협박성 쪽지를 지속해서 붙이거나, 내용증명을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내는 행위, 화가 난다고 하루에 수십 통씩 전화와 문자를 하는 행위는 모두 스토킹으로 간주될 위험이 높다.
유승민 작가는 "시끄러워서 항의하러 올라갔다가 기소가 되는 등 개인 대 개인으로 해결하려다 스토킹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많다"며 "관리사무소 역시 사설 기관이므로, 다소 번거롭더라도 경찰과 같은 국가기관을 이용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내 권리를 찾으려다 한순간에 스토킹 가해자로 전락할 수 있는 시대다. 분노를 앞세운 사적 응징 대신, 적법한 절차와 국가기관을 통한 합리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