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선물 향수 중고로 팔았다가 사기 혐의…"가품인 줄 몰랐다"는 말, 통할까
지인 선물 향수 중고로 팔았다가 사기 혐의…"가품인 줄 몰랐다"는 말, 통할까
"찝찝하면 사지 마세요" 했는데 사기 신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지인에게 선물 받은 향수를 중고 앱에 팔았다가 사기 혐의로 경찰 조사를 앞둔 A씨. '가품인 줄 몰랐다'는 항변에도, 변호사들은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경우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향수를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린 A씨는 최근 경찰로부터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해외에 다녀온 지인에게 선물 받아 정품이라고 믿었던 향수를 판매한 것이 화근이었다. 구매자는 제품을 받고 2주가 지난 뒤에야 가품이라며 환불을 요구하더니, 급기야 A씨를 사기죄로 신고했다.
A씨는 거래 당시 구매자에게 "찝찝하면 구매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분명히 말했고, 정품임을 확정적으로 보장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경찰 조사를 앞둔 지금, 가품을 선물한 지인과는 연락이 끊겨 구매 경로를 명확히 입증하기도 어려운 막막한 상황이다.
사기죄의 덫, '고의' 없으면 무죄라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사기죄의 핵심은 '고의성'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감천의 김수아 변호사는 "사기죄는 고의범이므로, 고의가 없는 경우 사기죄로 처벌받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 역시 "A씨에게 고의가 없었다면 사기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문제는 그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법무법인 창경 김찬협 변호사는 "형사상 고의는 미필적 고의로 그 범위가 생각하시는 것보다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며 "고의 유무를 다투려면 구매 경로에 대한 명확한 입증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즉, '가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판매를 강행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 환불 이력이 독 될 수도
특히 A씨의 과거 거래 이력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A씨는 이전에 비슷한 문제 제기가 있었을 때 환불해준 경험이 있다.
이 점에 대해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이주헌 변호사는 "분쟁 발생 시 환불을 진행했던 자료를 수집하여 영리 목적의 상습적 가품 판매자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법률사무소 편율의 신상의 변호사는 정반대의 치명적인 가능성을 경고했다. 신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이를 단순한 환불이 아니라, 가품일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판매를 강행했다는 미필적 고의의 강력한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용히 넘어가면 이득을 취하고, 문제가 생기면 환불로 책임을 피하려 했다고 해석할 확률이 높다"며 수사기관의 시각을 날카롭게 짚었다.
"찝찝하면 사지 마세요"… 과연 면죄부 될까?
A씨가 유일한 방패로 여기는 "찝찝하시면 구매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은 어떻게 작용할까. 이 또한 해석이 엇갈렸다.
이룰성 고덕 법률사무소의 신도성 변호사는 해당 대화 내역을 "정품을 확정적으로 보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유리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반면 신상의 변호사는 "사기 사건에서 책임을 피하기 위해 흔히 쓰이는 변명으로 치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판매 가격이 정품의 중고 시세와 비슷했다면, 말과 상관없이 정품임을 묵시적으로 보증한 기망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리온의 손현명 변호사 역시 "해당 게시글에서 정품임을 확정하고 이를 전제로 거래를 진행한 대목이 있다면 이후 사정을 통해 기망의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원본 판매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찰 조사,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첫 경찰 조사 단계에서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핵심 전략은 '고의가 없었음'을 객관적 자료로 증명하는 것이다.
우선 구매자와의 대화 내역 전체, 지인에게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간접 증거(과거 메시지, 사진 등)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만약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면 합의도 고려해볼 수 있다. 안영림 변호사는 "고소인과의 합의는 처분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섣부른 합의는 혐의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으므로, 민사상 분쟁 해결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