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사기꾼의 회유, '환불'하면 처벌 피할 수 있나
당근마켓 사기꾼의 회유, '환불'하면 처벌 피할 수 있나
'돈 돌려줘도 소용없다'…사진 도용 들통나자 발뺌, 법적 쟁점은?

중고거래 사기는 처음부터 상대를 속여 돈을 가로챌 의도가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 AI 생성 이미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다른 사람의 사진을 도용해 물건을 팔려던 판매자가 덜미를 잡혔다. 카메라 고장 등 어설픈 변명으로 일관하던 판매자, 만약 '사기가 맞다'고 실토하거나 '돈을 돌려줄 테니 신고하지 말아달라'고 회유한다면 어떻게 될까?
변호사들은 '처음부터 속일 의도'가 있었다면 환불과 관계없이 사기죄가 성립하며,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사기 맞죠?"…판매자 자백은 '결정적 증거'
A씨는 당근마켓에서 판매자가 올린 사진이 도용된 것임을 확인하고 따졌다. 판매자는 사진 도용은 인정하면서도 “카메라가 망가져” 실제 물건 사진은 보내줄 수 없다고 둘러댔다. 택배를 보내겠다던 약속도 지켜지지 않자 A씨는 “어차피 물건 없는데 사기 치려던 거 맞죠?”라고 물어 판매자의 의도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만약 판매자가 이를 인정한다면, 사기죄의 ‘스모킹 건’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김경태 변호사는 “판매자가 사기 의도를 인정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주고받는다면, 이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입니다”라고 단언했다. 타인의 사진을 도용한 점, 추가 사진 요청을 회피한 점 등은 애초에 물건을 팔 의사 없이 돈만 가로채려 했다는 ‘기망의 고의’를 입증하는 중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전영경 변호사 역시 “판매자가 A씨의 질문에 맞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자신이 A씨에게 거짓말을 한 사실을 실토한 것이므로, 이 역시 사기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돈 돌려줄테니 신고 말라"…환불과 처벌은 '별개'
궁지에 몰린 판매자가 “원금을 돌려줄 테니 신고는 하지 말아달라”고 제안할 경우, 돈을 돌려받으면 사건이 종결될까?
법률 전문가들은 ‘환불’과 ‘형사 처벌’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긋는다. 사기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국가가 처벌할 수 있는 ‘비친고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성준 변호사는 “이미 환불한 이후라도 사기죄 성립에는 지장이 없습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박성현 변호사 또한 “사기죄는 피해 금액과 관계없이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합의 여부는 처벌 수위에 영향을 미칠 뿐 처벌 자체를 막지는 못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돈을 돌려받는 행위가 범죄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전영경 변호사는 “이 사건은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법적으로는 재판에 기소할 수 있는 범죄에 해당됩니다. 다만 고소취소,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기소유예 처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사안일 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중고거래 사기, '처음부터 속일 의도'가 핵심
결국 중고거래 사기죄 성립의 핵심은 ‘거래 초기부터 상대를 속여 돈을 가로챌 명백한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다. 변호사들은 판매자의 일련의 행동이 바로 그 의도를 보여주는 정황 증거라고 지적한다.
하진규 변호사는 “상대방이 물건을 판매할 당시 처음부터 돈을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을 의도였거나, 실제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아 물건을 보낼 능력이 없었다면 구매자인 A씨를 기망했다고 볼 수 있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사진 도용, 인증 회피, 허위 배송 약속 등은 모두 '속일 의도'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김경태 변호사는 “또한 유사한 수법의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으므로,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추가 피해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비슷한 피해를 겪었다면 판매자와의 대화 내용, 게시글 캡처 등 증거를 철저히 확보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