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혼술했는데 음주운전? '운전 후 음주' 증명 못 하면 처벌
차에서 혼술했는데 음주운전? '운전 후 음주' 증명 못 하면 처벌
주차 후 '차 안 혼술', 음주운전 될까?
블랙박스 있어도 '위드마크' 못 피하면 유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주차 후 차 안에서 마신 술이 음주운전으로 둔갑할 수 있을까? A씨의 사례를 통해 법률 전문가들은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의 객관적 증거가 없다면, 블랙박스 영상만으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헤어진 연인 생각에 '차 안 혼술'…날벼락 된 음주단속
A씨의 기나긴 하루는 전날 저녁 시작됐다.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하며 소주 1병을 나눠 마신 그는 대리운전을 이용해 친구 집에 들렀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새벽 3시 30분, A씨는 누적된 피로에 운전대를 더 잡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잇길 입구에 차를 세웠다.
차를 세운 그는 최근 헤어진 여자친구 생각에 괴로워 차에 있던 맥주 4캔을 연거푸 마셨다. 만취한 그는 새벽 4시 37분경 잠이 들었다. 약 한 시간 반 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깬 A씨 앞에는 경찰관이 서 있었다. 음주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056%,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운전 끝내고 마셨다" vs "운전할 때 이미 취했다" 법률 전문가들의 분석은?
A씨의 운명을 가를 핵심 쟁점은 '언제 술을 마셨는가'이다. 이에 대해 김태환 변호사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상태로 '운전한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라며 "운전을 모두 마친 뒤 주차된 차 안에서 술을 마신 행위 자체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A씨에게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인 블랙박스 영상이 있었다. 영상에는 새벽 3시 40분경 주차를 마친 뒤, 경찰이 도착한 6시 8분까지 차가 전혀 움직이지 않은 사실이 고스란히 기록됐다. 그러나 박진현 변호사는 "블랙박스 영상은 주차 후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정황 증거일 뿐, 운전 당시 취하지 않았다는 직접 증거가 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의 공식' 위드마크의 역습…블랙박스만으론 역부족
운전자가 운전 종료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면, 수사기관은 '위드마크 공식'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다. 김경태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운전자가 운전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명확히 입증하지 못하면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해 운전 시작 시점의 농도를 역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은 A씨가 운전 전 친구와 마신 소주를 근거로 운전 당시 이미 혈중알코올농도 처벌 기준(0.03%)을 넘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A씨의 '주차 후 음주' 주장은 '음주운전 후 추가 음주'로 해석될 위험이 크다"고 덧붙였다.
초기 진술과 객관적 입증이 운명 가를 것
결국 A씨의 법정 다툼은 블랙박스 영상이라는 '정황 증거'와 위드마크 공식이라는 '과학적 추정'의 대결로 압축된다. 박진현 변호사는 "결국 A씨의 법정 다툼은 '운전 종료 후 음주'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와, 잠결에 했을지 모를 불리한 초기 진술을 어떻게 뒤집느냐에 달려있다"고 최종 전망했다.
한순간의 위로를 위해 차 안에서 들이켠 술이 혹독한 법적 다툼의 서막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