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낚시 중 터진 지뢰…법원 "북한군 지뢰라도, 국가가 배상해야"
한강에서 낚시 중 터진 지뢰…법원 "북한군 지뢰라도, 국가가 배상해야"
출입 통제·낚시 금지 구역…지뢰 폭발로 심장 손상 등 상해
1심 재판부 "지뢰 설치 주체와 상관없이 국가는 국민 보호해야"

한강 변에서 낚시를 하러 갔다가 유실된 북한군 지뢰를 건드려 심장 손상 등의 상해를 입은 A씨가 국가를 대상으로 소송을 내 일부 승소했다. 해당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연합뉴스
한강에서 낚시를 하다 유실된 지뢰에 의해 다쳤다면, 그 지뢰가 북한군 것일지라도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 최성수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지뢰 폭발로 상해를 입은 A씨와 그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약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성수 부장판사는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며 "지뢰 설치 주체와는 상관없이 이로 인한 재난을 예방하고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 배경을 밝혔다.
사건은 지난 2020년 여름 발생했다. A씨는 김포대교 인근 한강 변에서 낚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낚시 의자를 땅에 놓았는데, 이때 지뢰를 건드리게 됐고 폭발했다. 이 사고로 A씨는 폐 등에 피가 고이는 혈흉과 심장 손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
이후 A씨 측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다. 해당 위치가 우리 군의 관할 구역이었고, 국군이 지뢰를 매설했으니 그 유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원의 감정 결과, A씨를 다치게 한 지뢰는 북한군의 것이었다.
다만, 북한군 지뢰라고 하더라도 국가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최 부장판사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이어 "(지뢰를) 국가나 북한 혹은 제3국 등 어느 주체가 설치한 것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예견 및 회피 가능한 범위 안에서 지뢰 등 군용폭발물로 인한 재난을 예방·방지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사건 사고 발생 전부터 한강변 일대에는 유실된 지뢰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 폭발사고가 여러 차례 있었던 점도 짚었다. A씨 사고 이후 해당 지역에서는 우리 국군의 지뢰가 두 차례 발견되기도 했지만, 별도의 지뢰 수색·제거 작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뢰 경계 표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최 부장판사는 이를 바탕으로 봤을 때, 군(軍)이 충분히 사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할 직무상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다만, △사고 현장이 낚시 금지구역이었던 점 △하천 정비사업으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국가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이어 치료비 약 800만원과 더불어 A씨에게 3200만원, 배우자와 두 자녀에게 약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