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횡단보도 없는 도로 '보행자 사망' 운전자가 감옥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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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횡단보도 없는 도로 '보행자 사망' 운전자가 감옥 갈까

2025. 10. 10 13:46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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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없는 야간 도로 '차도 보행' 50대 사망

법원 판례로 본 '예견 가능성'과 '신뢰의 원칙' 쟁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울산 울주군의 왕복 4차선 도로에서 새벽 시간대에 차도를 걷던 50대 보행자가 승용차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운전자 B씨(60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됐다.


음주나 무면허 상태가 아니었던 운전자가 중앙분리대가 설치된 도로에서 보행자를 충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이 사고는, 과연 운전자에게 형사적 책임이 있는지를 두고 '운전자의 주의의무'와 '신뢰의 원칙' 적용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법조계는 사고 현장의 특수성과 과거 법원 판례들을 근거로 운전자에게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새벽 4시 왕복 4차로 참사... 운전자 입건의 배경은?

지난 9일 오전 4시 19분께 울산 울주군 온양읍의 왕복 4차선 도로를 주행하던 승용차가 차도를 걷고 있던 보행자 A씨(50대)를 치었다.


A씨는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사고를 낸 승용차 운전자 B씨는 음주나 무면허 상태는 아니었으며, 사고 지점은 횡단보도가 없고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B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A씨가 왜 차도를 걷게 됐는지 등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운전자는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피고 안전하게 운전하여 사고를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가진다(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 그러나 이 사건처럼 중앙분리대가 설치된 야간 도로에서 보행자를 충격한 경우,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법적 쟁점이 발생한다.


'중앙분리대'는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신뢰의 원칙 vs. 예견 가능성

본 사건의 핵심 법적 쟁점은 운전자의 예견가능성 및 회피가능성과 신뢰의 원칙 적용 여부다. 중앙분리대가 설치된 도로는 보행자가 도로교통법규를 위반하고 무단횡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운전자가 '신뢰' 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무단횡단 '예상 못 했다'면 무죄... 신뢰의 원칙

법원은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보행자가 무단횡단할 것을 예견하는 것이 현저히 어려운 경우에는 운전자의 과실을 부정하고 신뢰의 원칙을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


판례 ①: "도로 중앙에 무단횡단 자체가 불가능한 펜스 형태의 중앙분리시설이 쭉 이어서 설치되어 있는 곳이라면 그 도로를 주행하는 운전자로서는 그 중앙분리시설이 계속되는 한 무단횡단 자체가 불가능하고 무단횡단 하는 사람도 없으리라고 예상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대구지방법원 2023노1910 판결)


판례 ②: "중앙분리대가 설치된 도로에서 보행자가 무단횡단할 것을 예견하는 것이 현저히 어려운 경우"에는 신뢰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2022고단750 판결)


본 사건의 경우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었으므로, 운전자는 보행자 A씨가 차도로 걸어 다닐 것을 예견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야간 사고의 특수성... 시야 제약이 변수

사고가 오전 4시 19분경 발생했다는 야간의 특수성 또한 운전자 과실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야간에는 시야 확보가 어려워 보행자를 늦게 발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판례 ③: "피해자는 검은색 계열의 옷을 입고 우측 갓길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 도로를 횡단하기 시작하였는바, 각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피해자가 앉아있는 동안에는 흐릿하게 형체만 보일 뿐 피해자를 명확히 인식하기 어려웠다" (부산지방법원 2023노1374 판결)


만약 사고 당시 도로 조명 상태가 불량했고, 보행자 A씨가 어두운 옷을 입고 있었다면, 운전자가 A씨를 미리 발견하여 사고를 피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주변 환경'이 예견가능성을 뒤집을 수도

다만, 중앙분리대가 있더라도 도로 주변 환경에 따라 운전자의 예견가능성이 인정될 수도 있다.


판례 ④: "이 사건 사고장소는 한적한 시골 길이 아니라 양옆에 식당 등의 건물이나 버스정류장이 있는 곳이고... 횡단보도까지 가지 않고 무단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을 것을 예견하는 것이 현저히 어렵다고 볼 수 없다" (대구지방법원 2022노2620 판결)


따라서 사고 지점 주변에 상가, 주택, 버스정류장 등 보행자 통행이 빈번하게 예상되는 시설이 있었는지 여부가 운전자 B씨의 과실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핵심은 '충돌 회피' 가능성... 인과관계와 보행자 과실

운전자의 과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과실과 보행자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면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인과관계 부정 판례: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준수하거나 안전거리를 확보하였을 경우 피해자와의 충돌을 회피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할 때 위와 같은 피고인의 과실과 이 사건 사고 발생 및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22고단3586 판결)


회피가능성 판단 기준: 제한속도로 주행 시의 최소 정지거리와 운전자가 보행자를 발견한 시점의 거리를 비교하여 사고 회피 가능성을 판단한다.


경찰 조사에서는 운전자 B씨의 당시 주행 속도, 전방주시 여부, 그리고 보행자를 발견하고 제동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만약 B씨가 제한속도를 준수했더라도 보행자를 발견한 시점이 너무 늦어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면, 운전자의 과실과 사망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는 부정될 수 있다.


또한, 횡단보도가 없는 차도를 야간에 걷다가 사고를 당한 보행자 A씨의 과실 역시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피해자에게도 야간에 검은색 옷을 입고 차도를 보행한 과실이 있다"는 판례처럼(춘천지방법원 2022노762 판결), A씨의 과실이 인정된다면 이는 운전자 B씨의 양형(형벌의 정도) 결정에 참작될 수 있다.


법적 결론은? '블랙박스'에 운전자의 운명이 달렸다

본 사건은 중앙분리대가 설치된 도로에서 발생한 야간 무단횡단 사고라는 특수성 때문에 운전자 B씨의 과실이 부정되거나 크게 감경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법조계는 분석한다.


최종적인 판단은 사고 당시의 구체적 상황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증거 검토를 통해 내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블랙박스 영상 분석, 교통사고 분석 결과, 그리고 사고 현장의 도로 조명 상태와 구조 등이 운전자 B씨의 운명을 가를 핵심 증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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