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살인미수로 법정에 섰지만 누구보다 당당했던 그 사람 "내가 피해보상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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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살인미수로 법정에 섰지만 누구보다 당당했던 그 사람 "내가 피해보상 받아야 한다"

2021. 05. 24 11:21 작성2021. 05. 24 16:33 수정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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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한 시골마을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던 A씨⋯자신이 조현병인 사실 인정 안 해

정신병원 13차례 입원했지만⋯결국 '살인미수' 범행까지

"단 한 번의 인정도, 반성도 하지 않는다"⋯징역 8년과 치료감호 명령

전북의 한 시골 마을. 이곳에서 A씨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급기야 "A씨가 무섭다"며 마을을 떠난 이웃까지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전북의 한 시골 마을. 주로 노인들이 살고있는 이곳에서 A씨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조현병으로 병원에 13번이나 입원했지만, A씨는 자신이 병을 앓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러 가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는 남편에게 욕설을 하며 행패를 부렸고, 동네 주민들에게 난동을 부리는 일도 잦았다. 경찰이 출동해야 했던 것만 해도 한 해에만 7번.


급기야 "A씨가 무섭다"며 마을을 떠난 이웃까지 있었다. 남편은 A씨를 치료해보고자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 상황은 악화됐고, A씨에겐 각종 폭력범죄 전과만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러다 지난 2019년 10월, 결국 이 마을에서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을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했다는 이유로 낫을 들었다

대낮, 그것도 피해자의 집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A씨는 이웃인 70대 노인을 향해 낫을 휘둘렀다. 그중 3번은 피해자에게 상처를 입혔다. 또한 바닥에 '퍽' 소리가 나도록 머리를 찧게 했다. 피해자 B씨는 피를 많이 흘려 의식을 잃었지만, A씨는 아무런 조치 없이 홀연히 현장을 떠났다.


자신을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한 것에 대해 앙심을 품고 벌인 범행이었다. 7개월 전 부엌칼을 들고 떠돌다 B씨의 집에 갔었던 A씨. 이를 본 B씨는 신고를 했고, 이 일로 A씨는 약 2달간 정신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때부터 A씨는 피해자때문에 자신이 정신병원에 갇히게됐다고 여겨 앙심을 품었다.


그러다 범행 당일. A씨는 우연히 B씨를 마주치자 갑자기 화가 치밀어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범행은 다행히 '미수'에 그쳤지만 B씨는 큰 수술을 받아야 했고, 후유증을 심하게 앓게 됐다. 머리에 가해진 충격으로 뇌신경에 손상을 입어 치매가 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지 않았다. 혐의에 대해선 "피해자의 집에 간 적도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고, 피해자에 대해서도 "완전 치매 환자가 머리가 돌았다"고 표현했다. 사과는커녕, 법정에서도 피해자를 모욕했다. 또한 "내가 피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며 합의 시도 역시 하지 않았다.


재판부 "일생에 회복할 수 없는 큰 상해 입은 피해자를 보는 마음이 착잡하다"

사건을 맡은 전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강동원 부장판사)는 지난해 4월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증거가 명백했기 때문이었다. A씨가 B씨의 집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CC(폐쇄회로)TV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고, A씨의 집에서 발견된 낫에서 피해자 B씨의 혈흔과 머리카락이 검출됐다. 동네 주민 7명의 증언도 A씨에게 불리했다.


강 부장판사는 "연로한 피해자는 저항할 힘조차 없었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며 "쉽사리 관용이 베풀어지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단 한 번도 자신의 행위가 잘못된 것임을 인정도, 반성도 하지 않는다"고 꾸짖었다. 이어 "한적한 농촌 시골 마을에서 남편과 단둘이 여생을 보내던 피해자는 일생에 회복할 수 없는 큰 상해를 입었고, 이를 지켜보는 마음은 매우 착잡하다"고 적었다.


재판부가 "착잡하다"와 같은 감정 표현을 판결문에 새기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징역형과 함께 검사가 청구한 치료감호와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함께 받아들여졌다. 치료감호를 받으면 교도소 대신 치료감호시설에 수용돼 치료를 받는다. 이 기간은 형집행기간에 포함한다. 조현병 등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A씨에게 치료감호가 "재범 방지를 위해 더 효과적"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검사는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지만, 2심은 모두 기각했다. 지난해 9월 2심을 맡은 광주고등법원 전주 제1형사부(재판장 김성주 부장판사)는 "원심(1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A씨는 사건을 대법원으로 가져갔지만, 여기서도 판결은 바뀌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제3부(재판장 대법관 민유숙)는 "원심(2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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