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연수 대란' 본 변호사 "왜 변협이 밥그릇 챙기는 이익단체로 취급되는지 돌아봐야"
'실무 연수 대란' 본 변호사 "왜 변협이 밥그릇 챙기는 이익단체로 취급되는지 돌아봐야"
법무부 vs. 대한변호사협회⋯변호사시험 합격자 제한에 이어 실무 연수 두고 대치
실무 연수 지원자 545명 중 200명만 합격⋯345명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
변호사들 "변협이 후배들에게 업계의 고통 떠안겼다" 지적

사상 처음으로 '변호사시험 합격자 연수 인원 제한'이라는 폭탄 선언을 한 대한변호사협회. 법무부 반발에도 추첨을 강행해 지원자 545명 중 200명만을 연수 인원으로 선정했다. 결국 345명이 탈락하는 초유의 '연수 대란' 사태가 벌어졌다./셔터스톡⋅법무부⋅대한변호사협회⋅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 거대한 두 집단이 사생결단으로 싸우고 있다. 법무부가 변호사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변협에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여기에 변협도 "법적 하자가 전혀 없다"고 맞받아치는 등 이례적인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양측은 매년 이맘때쯤이면 연례행사처럼 '잽(jab)'을 주고받아왔다. 해묵은 논쟁거리인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두고서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다. 변협에서 먼저 사상 처음으로 '변호사시험 합격자 연수 인원 제한'이라는 폭탄 선언을 한 게 시작이다. 변협이 새로 변호사가 된 '새내기'들을 "다 못 받겠다"고 제한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법무부는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변협은 무시했다. 추첨을 강행해 지원자 545명 중 200명만을 연수 인원으로 선정했다. 결국 345명이 탈락하는 초유의 '연수 대란' 사태가 벌어졌다.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이 후배들을 어떻게 구제할지는 뒷전이고, 정치적 공세를 위해 싸우고만 있다"고 비판했지만, 양측은 싸움을 멈출 기세가 아니다.
현행 변호사법(제21조의2)은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신입 변호사들에게 '6개월 실무 수습'을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기간만큼 법원이나 법무법인, 대한변호사협회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지 않으면 사건 수임도 하지 못하고, 개업 역시 하지 못한다.
변협 실무 연수는 이러한 변호사법에 따라 신입 변호사들이 활용해오던 제도다. 최근엔 매해 700명 이상의 신입 변호사가 이 제도를 활용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변협에서 이 인원을 갑자기 200명으로 제한한 것.
변협은 "부실한 실무 수습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며 "법무부가 앞으로 연수 수용 한도를 고려해 신규 변호사 수를 결정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0명밖에 연수할 여력이 없으므로 합격자 숫자도 그에 비례해 1200명으로 맞추라고 통보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국가적 계획으로 오래전부터 정해둔 변호사 배출 숫자를 하루아침에 줄일 수 없다"며 '1200명 합격자' 안을 거절하자 변협이 "그러면 우리도 200명 연수시키겠다"고 맞대응하는 식으로 나왔다.
로톡뉴스는 변호사들에게 이번 '연수 대란'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변호사들은 "법조인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후배들에게 고통을 떠안기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법무법인 로베리의 박원연 변호사는 이번 사태에 법무부와 변협, 양측 모두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법무부에 대해서는 "정부가 법률(변호사법 제21조의2)의 시행을 민간에 떠넘기는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연수 비용에 대한 국회 예산을 확보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 국회는 지난해부터 실무 연수 비용 지원을 중단했고, 변협은 '예산 부족'을 이번 조치의 근거로 들었다.
이어 박 변호사는 "변협의 연수 인원 제한 조치에도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건 정말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합격자 1200명을 주장하는 것 자체는 업계의 고통을 근거로 말할 수 있지만, 아무런 보완 장치 없는 인원 제한은 신입 변호사들에게 업계의 고통을 떠안기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법무부와 변협이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애꿎은 신임 변호사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취지다.
원곡법률사무소의 최정규 변호사도 "시민들이 왜 변협을 '자기들 밥그릇 챙기는 이익단체'로 취급하는지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며 변협을 비판했다.
"변협이 로스쿨 입학의 공정성이나 로스쿨 설립 취지 등이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변호사 합격자 수나 연수와 관련해서만 법무부와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문제는 돈이나 예산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매달 일정한 회비를 변호사들이 부담하고 있으므로 필요한 일이라면 기존 회원들이 회비를 더 내면 될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변협 집행부가 회원들의 의견수렴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변호사시험을 앞두고 있는 로스쿨 재학생도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재학생은 "아직 취직하지 못한 대다수의 졸업생들은 변협 연수를 들으면서도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그런데 "연수의 기회조차 추첨 같은 불확실성에 맡겨야 한다면, 취업 스트레스가 더욱 가중될 것 같다"고 밝혔다.
논란이 거세지자, 변협은 3일 "실무 수습 제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자 협의체(법무부, 교육부, 대한변호사협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물러섰다.
"4자 협의체를 구성해 변호사 연수제도가 실무능력을 검증하고 법률 소비자인 국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연수제도로 거듭날 수 있도록 관리정책을 개선하고자 한다"고 하면서다.
하지만 여기에도 이번 추첨에서 탈락한 '345명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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