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천장 붕괴, 임대인 수리 거부 임차인, 일방적 계약해지 가능할까
사무실 천장 붕괴, 임대인 수리 거부 임차인, 일방적 계약해지 가능할까
굉음과 함께 '와르르' 천장 무너졌는데
'돈 없다'는 건물주, 내 보증금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결국 천장이 무너졌다. 그런데도 건물주는 돈이 없다며 보증금을 못 주겠다고 한다.
사무실 천장이 붕괴돼 계약 해지를 통보했지만, 건물주가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며 분쟁이 터졌다.
공간대여업을 위해 사무실을 임차한 A씨의 악몽은 지난 7월 시작됐다. 장마철 비만 오면 어김없이 사무실에 물이 새기 시작한 것이다.
A씨는 즉시 건물주에게 문자로 상황을 알렸지만, “장마철이라 공사가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한 달 뒤인 8월, 누수는 걷잡을 수 없이 심해졌다.
A씨가 다시 연락하자 건물주는 “공사는 10월 말에나 가능하다”며 기다리라고만 했다.
불안감은 현실이 됐다. 9월 17일, A씨는 천장이 무너질 것을 우려해 사진을 찍어 보냈지만 건물주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사흘 뒤인 9월 20일, 결국 사무실 천장 일부가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더 이상 사업은커녕 사무실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A씨는 9월 23일, 10월 2일부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뜻을 통보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당장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며 해지 확답을 피했다.
건물주 동의 없어도 계약 해지 가능할까
가장 큰 쟁점은 건물주의 동의 없이 계약 해지가 가능한지 여부다.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이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상태를 유지해 줄 ‘수선의무’를 지도록 규정한다. 천장이 무너질 정도의 하자는 명백한 의무 위반이라는 것이다.
더신사 법무법인 김연주 변호사는 “임대차 목적 달성이 불가능해진 경우라 임차인에게 계약 해지를 요구할 권리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인화 김명수 변호사 역시 “임대인에게 해지 통지를 하게 되면 계약은 즉시 해지된다”고 밝혔다. 즉, A씨가 해지를 통보한 시점에 법적 효력이 발생하며, 건물주의 동의나 승낙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A씨가 통보한 대로 10월 2일부로 계약은 종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돈 없다'는 건물주 내 보증금 지키려면
계약이 해지됐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건물주가 자금 사정을 이유로 반환을 미루는 상황에서 A씨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치는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퇴거하면 대항력(이미 취득한 임차인의 권리를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힘)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며 “이사 전에 반드시 관할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A씨가 다른 곳으로 이사하더라도 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돌려받을 권리가 유지된다.
이후에도 건물주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법적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법무법인 태강 조은 변호사는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과 같은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이푸름 법률사무소 이푸름 변호사는 “누수로 인한 영업 손실 자료 등을 증거로 정리해두면, 보증금 반환과 별개로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천장 붕괴 사진, 건물주와 나눈 문자 메시지 등 모든 기록이 소송의 핵심 증거가 된다.
결론적으로 A씨의 계약 해지는 법적으로 정당하다.
하지만 소중한 보증금을 지키고 그간의 손해를 배상받기 위해서는 임차권등기명령 신청과 보증금 반환 소송이라는 적극적인 법적 대응이 불가피해 보인다.
임대인의 의무 불이행에 따른 피해를 임차인이 소송을 통해 스스로 구제해야 하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