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낮추게 혼인신고 해줘" 교도소 간 남친 부탁에 도장 '쾅'⋯무효로 되돌릴 수 있을까
"형 낮추게 혼인신고 해줘" 교도소 간 남친 부탁에 도장 '쾅'⋯무효로 되돌릴 수 있을까
"혼인무효 사유 안 된다" vs. "유사 사례에서 혼인무효 판결 나왔다" 변호사들 의견도 갈려

미래를 함께하고 싶었던 남자친구가 구속된 A씨. "형을 줄이기 위해 혼인신고를 해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혼인을 없던 일로 되돌리고 싶은데 가능할까. /셔터스톡
A씨는 장래까지 생각하던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구속됐다.
그를 많이 사랑했던 A씨.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해서는 안 되는 결정을 했다. 남자친구 B씨가 A씨에게 "혼인신고를 해달라"며 애원한 것에 넘어간 것이다. B씨는 이렇게 하면 재판을 받을 때 '정상참작'을 받아 형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마음이 쓰였던 A씨는 고민 끝에 이를 수락했다. 두 사람은 법적으로 부부가 된 것이다.
그러나 남자친구 B씨의 말과는 다르게 그는 오래도록 교도소 안에서 살게 됐다. A씨는 헤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억울한 것 하나는 실질적인 결혼 생활은 해보지도 못했는데 자신이 '결혼한 상태'라는 것. A씨는 이 혼인을 철회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혼인무효 판결'을 받을 수 있을지 변호사에 자문했다.
이 사안을 살펴본 변호사들의 의견은 두 가지로 나뉘었지만, 대부분이 혼인무효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우선, 민법 제815조 제1호는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었을 때' 그 혼인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A씨의 혼인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변호사들은 목적이 무엇이었든 '두 사람 사이에 혼인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보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는 "본건의 경우는 양 당사자 간 혼인에 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어,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해도 승소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필승 강덕수 변호사와 JLK 법률사무소 김일권 변호사, 법무법인 명재 최한겨레 변호사, '변호사조재평법률사무소'의 조재평 변호사, '권민경 법률사무소'의 권민경 변호사, '노경희 법률사무소'의 노경희 변호사 등도 같은 취지의 의견이었다.
법무법인 효현 박수진 변호사는 "A씨 경우는 혼인 신고에 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으나 남자친구의 재판 결과에 따라 헤어지게 된 것일 뿐"이라며"혼인무효가 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판결이 무겁게 나오지 않았다면, 두 사람이 헤어지지 않고 함께 살았을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불어, A씨가 '혼인무효'를 주장하면 오히려 허위 혼인신고로 인해 처벌받을 수 있다고도 박 변호사는 말했다.
대전법률사무소 한길로의 박종현 변호사는 "가정법원은 혼인무효 요건 중 '혼인 의사가 없는 때'를 해석을 할 때, 상대방 배우자가 자신 몰래 혼인 신고를 하였다는 점을 명백하게 입증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방 배우자가 내 서명과 인장을 위조해 혼인 신고를 한 경우를 그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러한 수준에 미치지 않는다면 혼인무효청구는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변호사들은 차라리 이혼 소송을 하도록 권유했다.
법무법인남강의 김재영 변호사는 "실무상 가정법원에서는 혼인무효 사유를 엄격하게 해석하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확률이 그렇게 높지 않다"며 "이에 이혼을 청구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도 "혼인무효와 더불어 이혼 소송도 진행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면에서 합리적일 수 있다"고 했고, 강덕수 변호사 역시 "A씨의 경우 결국 '이혼' 절차로 혼인 관계를 종료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이 혼인무효를 받아들여 줄 수 있다고 보는 변호사들도 적지 않았다.
'변호사 김수경 법률사무소' 김수경 변호사와 법무법인 에스알 고순례 변호사는 "A씨가 진정한 혼인의 의사 없이 상대방의 형량에 정상참작을 위해서 혼인 신고를 했다는 주장, 그리고 이 같은 사실을 입증만 잘한다면 혼인무효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근거는 2건의 판례다. 고 변호사는 △전세자금 대출 신청에 유리하도록 '가짜 혼인 신고'를 한 사람에 대해 '진정한 혼인 의사가 없었다'고 보아 혼인무효 판결을 한 하급심 판결이 있고, △학교 교사직을 면직당하지 않게 할 수단으로 혼인 신고한 경우에 대해 혼인무효 판결을 한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었다.
즉, 이러한 판례에 비추어 볼 때 A씨도 혼인무효 판결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법무법인 율로의 임영혁 변호사는 유사한 사례에서 '혼인무효'를 인정받은 판례를 바탕으로 "A씨도 혼인무효 선고를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2020년 1월 부산지방법원은 양형에 도움을 줄 목적으로 가족 몰래 혼인 신고를 했다가 혼인무효청구 소송을 낸 사람에 대해 "사회 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가 없이 한 혼인 신고여서 무효"라고 판결했다.(부산가정법원 2020. 1. 10. 선고 2019드단209198 판결)
명산 법률사무소 명현호 변호사는 "혼인무효도 재판의 일환이기 때문에 형량을 낮추기 위해 혼인 신고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따라서 교도소에 있는 상대방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관련 내용이 녹음이나 메시지 등 증거로 남아 있다면 그 역시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