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피의자 신상 공개하면서 왜 '무죄 추정' 문구를 달까…30일 한정인 이유도 있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살인 피의자 신상 공개하면서 왜 '무죄 추정' 문구를 달까…30일 한정인 이유도 있다

2026. 03. 19 16:49 작성2026. 03. 19 16:49 수정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차량 창문 깨고 전 연인 살해한 김훈, 30일간만 신상공개

법조계 "무죄추정 원칙·인격권 보호 위한 아슬아슬한 줄타기"

경기 남양주시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스토킹하던 2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피의자의 신상정보 모습. /경기북부경찰청

백주대낮에 접근금지 명령을 비웃듯 전 여자친구의 차량 창문을 부수고 목숨을 앗아간 44세 김훈. 분노한 여론 속에서 그의 신상정보가 19일 전격 공개됐다.


그런데, 경기북부경찰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김훈의 사진 아래에는 눈에 띄는 문구가 하나 적혀 있다.


"위 피의자는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됨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


뿐만 아니라 이 신상공개는 영구적인 박제가 아니다. 공고 기간은 정확히 30일로 못 박혀 있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살인 피의자에게 왜 '무죄 추정'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주고, 공개 기간마저 한정하는 것일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조치들 뒤에는, 형사법의 대원칙과 공익 사이에서 벌어지는 법적 줄타기가 숨어있다.


30일의 타이머, 왜 영구 박제가 안 될까?


김훈의 신상이 30일 동안만 공개되는 이유는 법에 그렇게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특정중대범죄법)' 제4조 제8항은 신상정보를 30일간만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상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궤를 같이한다. 피의자는 법원의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법적으로 무죄다.


학계에서는 "무죄가 추정되는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광범위하게 공개하는 것은 피의자를 유죄로 예단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격권의 실질적인 침해를 초래하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한다.


즉, 영구적인 신상 공개는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사람의 인격권을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침해하는 과도한 처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상공개의 근본 목적이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범죄 예방이라는 공익 달성에 있는 만큼, 법은 30일이라는 기간이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에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만약 수사 결과 혐의가 없어 불기소 처분이나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다면, 공개된 신상정보는 지체 없이 삭제되어야 한다.



'무죄 추정' 문구, 흉악범을 보호하려는 걸까?


그렇다면 왜 굳이 사진 아래에 '무죄로 추정됨'이라는 문구를 덧붙여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걸까. 이 역시 특정중대범죄법 시행령 제5조 제1항에 따른 의무 조항이다.


신상공개는 양날의 검이다. 흉악범의 얼굴을 알린다는 공익적 목적이 크지만, 동시에 대중이 그를 '확정된 범죄자'로 낙인찍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갖는다.


학계 전문가들은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하여 범죄사실을 보도하는 경우에는 피의자를 더 쉽게 기억하게 되어 법익 침해의 정도 역시 훨씬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한, 여론재판이 사법당국에 부당한 예단을 심어주어 공정한 재판을 방해할 위험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 문구는 피의자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시하여 무분별한 마녀사냥과 여론의 폭주를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신상정보 공개 제도에 대해 "공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고,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침해되는 사익에 비하여 매우 중요하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판시하며, 이러한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결국, 김훈의 사진 아래 적힌 '무죄 추정' 문구와 '30일'이라는 기한은 흉악범죄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근대 형사법이 수백 년간 지켜온 인권 보호의 원칙 사이에서 법이 찾아낸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