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시술에 17만원" 항의하자 "각서 써라" 되려 협박한 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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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시술에 17만원" 항의하자 "각서 써라" 되려 협박한 치과

2026. 05. 07 11:5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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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치료 볼모로 민원 취하 강요…법조계 "명백한 강박, 각서는 무효"

1만원짜리 치료에 17만원을 청구한 치과가 항의하는 환자에게 '민원 취하, 리뷰 금지' 각서 서명을 강요해 논란이다. / AI 생성 이미지

1만 원이면 될 치료에 16배가 넘는 17만 원을 청구한 치과. 환자가 부당함을 호소하자 되레 "악의적 영업방해"라며 형사고소를 언급하고, 치료를 볼모로 '민원 취하·리뷰 금지' 각서 서명을 강요해 파문이 일고 있다.


법조계는 환자의 녹취록을 근거로 "명백한 강박으로 각서는 무효이며, 오히려 병원이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경고했다.


1만원짜리 치료가 17만원으로...항의하자 돌아온 '협박'


사건의 발단은 황당했다. 부산의 한 치과를 찾은 A씨는 치아 유지장치 부착 문제로 상담받으며 '충치 치료 포함 24만 원'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 이뤄진 것은 유지장치 레진 부착뿐이었고, 진료 후 받아든 영수증에는 17만 5,300원이 찍혀 있었다. 상세 항목에 대한 어떤 사전 설명도 없었다.


A씨가 유선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병원 상담원은 "상세 내역을 사전에 설명하지 못한 것이 맞다"며 고지 의무 위반을 사실상 시인했다. A씨는 이 대화를 모두 녹음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A씨의 분노는 며칠 뒤 극에 달했다. 동일한 처치를 다른 치과에서 단돈 1만 원에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무려 16배가 넘는 비용을 청구받은 셈이다.


"환불 조건은 민원 취하"…치료 볼모 삼은 '노예 각서'


A씨의 정당한 항의에 병원은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환불을 요구하는 A씨에게 병원은 "이미 붙인 레진을 다시 떼야만 환불이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A씨가 작성한 "비싸다, 다시 안 오겠다"는 내용의 인터넷 리뷰와 심평원 민원을 문제 삼았다.


병원 측은 이를 "악의적 협박과 영업방해"로 규정하며, 각서에 서명하고 민원을 취하하지 않으면 환불도, 레진 제거도 해줄 수 없다고 압박했다. 심지어 형사 처벌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A씨를 공포에 떨게 했다.


결국 A씨는 치료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각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각서에는 '심평원·보건소 민원 취하', '온라인 리뷰 금지 및 위반 시 손해배상', '레진 제거 과정에서 치아 손상이 발생해도 책임 묻지 않음' 등 환자의 모든 권리를 박탈하는 독소 조항으로 가득했다.


법조계 "명백한 강박, 각서는 무효...오히려 병원이 처벌감"


법률 전문가들은 병원의 행태가 법의 테두리를 한참 벗어났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환자가 확보한 녹취록을 근거로 각서의 효력 자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김민경 변호사는 "우선 질의자님 말씀처럼 '민원 취하를 하지 않으면 환불도, 레진 제거도 어렵다', '리뷰나 민원으로 형사처벌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적으로 들은 상태에서 각서를 작성하셨다면, 민법 제110조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합의 취소를 주장해볼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라고 단언했다.


이는 환자의 절박한 상황과 공포심을 이용한 명백한 '강박' 행위이므로, 이를 통해 받아낸 각서는 법적으로 무효라는 의미다.


법무법인 게이트의 김범석 변호사는 한 발 더 나아가 병원의 행위가 오히려 형법상 강요죄, 협박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이 문제 삼은 리뷰 작성에 대해서도 변호사들은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라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실제 경험에 기초한 소비자 후기와 민원 제기는 원칙적으로 권리 행사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각서에 '민원 취하' 조항이 있더라도 행정처분은 별개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김수열 변호사는 "비급여 고지의무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은 민원 취하와 별개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결국 A씨가 쓴 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으며, 오히려 각서를 강요한 병원 측이 민사상 책임은 물론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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