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땅' 담보로 돈 빌려 가고 잠수타더니⋯땅값 오르자 "빚 갚을 테니 땅 돌려줘"
20년 전 '땅' 담보로 돈 빌려 가고 잠수타더니⋯땅값 오르자 "빚 갚을 테니 땅 돌려줘"
20년 전 4000만원 빌려 가며 담보로 맡긴 땅⋯현재 시세는 3억원 가까이
"원금과 이자 포함해 8000만원 갚을 테니 땅 돌려달라" 요구
땅 돌려줘야 한다? 아니다? 변호사들의 의견은

땅을 담보로 4000만원을 빌려줬는데 그 뒤로 20년이나 연락이 끊겼던 채무자. 그런데 땅값이 급등하자, 갑자기 찾아와 돈을 갚을테니 "땅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셔터스톡
약 20년 전. A씨는 자신의 먼 친척 B씨의 "한 번만 도와달라"는 부탁을 단호히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4000만원을 빌려달라는 부탁이었다.
하지만 IMF의 여파로 그리 사정이 넉넉지 않던 A씨도 그 큰 돈을 무작정 빌려주기 어려웠다. 이에 B씨의 땅을 담보로 각서를 쓴 뒤 돈을 빌려줬다. 당시 5000만원 정도로 거래되던 땅이었다. 각서엔 "6개월 뒤 갚겠다" 약속했지만, 6년이 지나도, 16년이 지나도 돈을 갚지 않았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최근 B씨가 다시 찾아와 "돈을 갚겠으니 담보로 맡긴 땅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원금 4000만원과 이에 대해 연 5%로 씩 이자까지 계산해주겠다고 했다. 약 8000만원을 주겠다는 것. 하지만 지금 땅의 시세는 3억원 가까이 된다.
땅을 돌려주지 않으면 소송을 하겠다는 B씨. 20년간 연락 한 통 없다가, 갑자기 찾아와 이러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법적으로 다투게 되면 자신이 이길 수 있는지, 취득시효를 주장할 수는 없는지 궁금하다.
20년 넘게 '땅의 소유권'을 보유했으니, 내 땅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 즉, 취득시효를 주장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A씨의 경우 취득시효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게 변호사들의 분석이다. 왜 그런 걸까?
법률사무소 저스트의 도형욱 변호사는 "A씨가 받은 땅은 '양도담보'로, 취득시효를 주장하기 어렵다"고 했다. 양도담보는 보통의 자주점유(自主占有:소유 의사를 가지고 하는 점유)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게 인정되지 않으면 취득시효를 완성시킬 수 없다.
민법에 따르면 "20년간 '소유 의사를 갖고' 평온·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자는 등기를 통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 또한, 부동산 소유자로 등기한 자가 10년간 '소유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그 부동산을 점유한 때에는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변호사류홍섭법률사무소의 류홍섭 변호사 역시 "양도담보 목적으로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고 점유를 개시한 것은 자주점유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관건은 '양도담보의 성격'을 어떻게 볼지에 따라 갈린다고 변호사들은 보았다.
양도담보는 채무자(돈을 빌리는 사람)가 보증의 한 방법으로 채권자(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담보물의 소유권을 이전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는 '강한 의미'의 양도담보와 '약한 의미'의 양도담보로 나뉜다.
'강한 의미'의 양도담보는 이행기 후에 채권자가 청산 절차 없이 담보목적물을 그대로 취하는 걸 말한다. 이에 반해 '약한 의미'의 양도담보는 이행기 후 채권자가 청산 의무를 갖는다.
류홍섭 변호사는 "어떤 성격의 양도담보인지는 각서의 내용을 검토해 봐야 알 수 있다"면서도 "판례에 의하면 양도담보는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약한 의미의 양도담보'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 경우에는 소멸시효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법원은 보고 있다고 류 변호사는 말했다.
즉, 각서에 "돈을 갚지 않으면 이 땅의 소유권은 완전히 넘긴다"는 등의 내용을 별도로 작성하지 않았다면, B씨의 원금과 이자로 8000만원을 줄 테니 땅을 돌려달라는 요구 또는 시세에서 8000만원을 뺀 돈을 돌려달라는 요구가 부당하다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도형욱 변호사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도 변호사는 "각서에 명시된 양도담보가 '약한 의미'의 양도담보일 경우, B씨의 주장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의견을 보인 변호사도 있다.
법무법인 굿윌파트너스의 주명호 변호사는 "이 사안은 가등기담보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주 변호사는 "가등기담보법 제11조(채무자 등의 말소청구권)에 따라 채무 변제기한이 10년 이상 지났기 때문에, B씨에게 담보물(땅)을 되찾아갈 권리가 없어졌다"고 답변했다.
가등기담보법 제11조는 "채무자가 빚을 갚으면 채권담보물의 소유권을 다시 찾아갈 수 있지만, 채무 변제기한을 10년 이상 지나거나 선의의 제삼자가 소유권을 취득했다면 그 권리가 없어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나눔 임영근 변호사도 "채권자가 양도담보 목적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한 경우, 채무자는 청산금을 받기 전에 채무원리금을 변제하고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할 수 있지만, 변제기로부터 10년 제척기간이 지나면 말소청구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빚을 갚고 담보물을 되찾아갈 수 있도록 보장한 기한을 무한대로 허용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