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0억 투자 약속은 거짓…보조금 45억 빼돌린 사업가의 말로
460억 투자 약속은 거짓…보조금 45억 빼돌린 사업가의 말로
"능력 없는데 투자 460억" 속인 기업인
지방보조금 사기극의 최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광주지방법원 제12형사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에게 징역 8년을, 피고인 주식회사 B에게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한 기업인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투자유치진흥기금을 악용해 45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보조금을 편취한 대규모 사기 사건이다.
피고인 A는 냉동만두 제조업 등을 영위하던 기존 회사 D가 파산하고 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던 E마저 폐업한 상태로, 스스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자력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A는 허위로 투자계획을 세워 지방보조금을 받고 이를 이용해 다른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투자받는 소위 '무자본 투자방식'을 계획했다.
A는 C군청을 찾아 국내외 유통업체와의 제휴 및 수출 계획, 충남 서천군·경남 거창군과의 투자 협의 등을 내세우며, 460억 원 상당을 투자하겠다고 기망했다. 결국 A는 C군으로부터 투자보조금 60억 원 중 45억 원을 먼저 교부받았다.
사기죄의 본질: 담보 제공이 면죄부가 될 수 없는 이유
피고인 A는 보조금 지급을 위해 C군이 요구한 대로 보조금액을 훨씬 상회하는 부동산(R호텔 42개 호실, 이후 남양주시 임야로 교체)에 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했으므로 C군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한 사실이 없고 편취의 고의도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A의 기망행위와 사기죄 성립을 명확히 인정했다.
법원은 사기죄의 법리를 인용하며 "금원의 편취를 내용으로 하는 사기죄는 기망으로 인한 금원 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 피해자의 재산 침해가 되어 바로 사기죄가 성립하고, 상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다거나 피해자의 전체 재산상에 손해가 없다 하여도 사기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고 판시했다.
즉, A가 담보를 제공했더라도 그것이 사기죄의 성립을 막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법원은 보조금 지급에 관한 기망 내용이 "A가 사업계획을 수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이를 숨기고 보조금을 지급받은 것"에 있는 것이지, 담보 제공 과정에서 일부 보조금을 용도 외로 사용했다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C군이 보조금의 용도 외 사용을 양해한 것 역시 A가 제시한 사업계획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A에게 사업계획 수행 의사나 능력이 없던 이상 그 양해만으로 기망 사실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업수행 능력 부재" 명백한 허위 사업계획서가 결정적 증거
법원은 A가 사업계획을 수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사실을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사정들을 통해 인정했다.
A가 운영하던 전 회사는 파산하고, 다른 회사는 폐업한 상태였으며, 피고인 회사의 자본금은 8,000만 원에 불과하고 매출 없이 당기순손실만 누적되고 있었다.
이는 A가 사업계획서에 기재한 바와 달리 자기 자본으로 사업비를 조달할 능력이 전혀 없었음을 방증한다.
사업계획서에 명시된 국내외 대기업과의 제휴 및 납품 약정, 영업·유통대리점 개설 등에 관해 구체적인 자료는 전무했다.
특히 거액의 사업비를 조달하기로 한 PF 대출은 A의 과거 사업 실패 이력 등으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
결국 A는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받았음에도, 2024년 4월경까지도 사업부지에 토목 기초 공사만 진행하다 중단된 상태로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이 드러났다.
나아가 A는 보조금 지급 직후 Q사와 이면약정을 체결하고, 받은 보조금을 R호텔 매입 대금으로 지급하는 데 사용하기로 약정하는 등 보조금을 당초 사업계획대로 사용할 의사조차 의심케 했다.
지방재정 건전성 위협... 엄벌 불가피
법원은 A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제도를 악용하여 45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편취한 행위는 "보조금 제도의 적절한 운영을 방해하고 지방 재정의 건전성을 해한다" 점에서 사회적 해악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C군은 당해 연도 편성된 보조금의 절반 가까이를 잃게 되었고, 최종적으로 담보 부동산의 복잡한 권리관계로 인해 보조금 회수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법원은 A가 사업 진행 능력이나 의사가 없던 본질적인 사정을 감추려 했고, 담당 공무원의 과실만을 탓하며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또한, A는 보조금 편취 외에도 PF 대출을 위해 주식회사 B의 자본금 납입을 가장하고, 주주 명의의 사문서 위조 및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등 다수의 부수 범죄를 저질렀다.
이러한 양형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판부는 A에게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지방보조금 편취 사건에 대한 법원의 엄정한 태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며, 지자체 보조금 제도를 악용한 범죄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금 지급 시 더욱 철저한 사전 심사를 할 필요성을 환기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