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팔아온다더니 400만원 들고 잠적한 친구, 절도? 사기? 무슨 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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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팔아온다더니 400만원 들고 잠적한 친구, 절도? 사기? 무슨 죄일까?

2026. 07. 28 15:3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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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판매 대금 정산 않고 연락 두절…매일 15만원씩 갚겠다더니 나흘 만에 말 바꿔

위탁판매를 위해 물건을 가져간 지인이 판매 대금 약 400만 원을 주지 않고 잠적한 사건이 발생했다. / AI 생성 이미지

가방 도소매업을 하는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위탁판매를 위해 물건을 가져간 지인 B씨가 판매 대금 400만 원가량을 정산하지 않은 채 연락이 두절된 것이다.


B씨는 물건을 모두 판 뒤 돈이 없다며 매일 15만 원씩 갚겠다고 약속했지만, 단 4일 만에 이 약속마저 깨고 잠적했다. 돈을 빌려준 것도 아닌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A씨는 B씨를 어떤 죄로 고소해야 할지, 돈은 돌려받을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70개 물건 팔아놓고…'돈 없다'며 연락 끊은 친구


A씨의 사무실은 판매자들이 물건을 먼저 가져가 팔고, 판매한 만큼의 대금을 매일 정산하는 위탁판매 방식으로 운영된다. B씨는 이런 방식으로 A씨의 사무실에서 일해 왔다.


사건은 지난 6월 중순에 시작됐다. B씨는 가방 등 잡화 70여 개, 약 400만 원어치의 물건을 가져갔다. 이후 장사가 안 된다며 정산을 미루던 B씨는, 지난 7월 초 사무실에 나타나 물건을 이미 전부 팔았다고 털어놨다.


당장 돈이 없다는 B씨는 일을 그만두겠다며 다른 일을 구해 매일 15만 원씩 갚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4일간 돈을 보내온 것을 마지막으로 B씨의 휴대전화는 꺼지고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


A씨에게 남은 증거는 정산 장부와 B씨에게 보낸 '465만 원 약속 지켜주세요'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뿐이다.


절도? 사기? 변호사들 진단은 '업무상 횡령죄'


A씨는 B씨의 행동이 절도나 사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했지만, 변호사들은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우선 A씨의 허락을 받고 물건을 가져갔기 때문에 점유자의 의사에 반해 몰래 재물을 가져가는 '절도죄'는 성립하기 어렵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물건을 허락 없이 가져간 것이 아니라 판매를 위해 적법하게 인도받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절도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기죄' 역시 쉽지 않다. 처음부터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 없이 물건을 가져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탄탄 이수천 변호사는 "단순히 물건을 받아 판매한 뒤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만으로 곧바로 사기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은 위탁판매 관계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의 핵심을 '횡령'으로 봤다.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는 "위탁판매에서는 물품과 판매대금이 원칙적으로 위탁자에게 귀속되므로, 판매대금을 임의로 소비하고 반환하지 않았다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임무를 어기고 재물을 가로챈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 역시 "위탁받은 물건을 판매한 후 그 대금을 임의로 소비하거나 정산하지 않고 잠적한 행위는 업무상횡령죄로 고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이름, 폰번호, 계좌번호만 알아도 고소 가능


B씨의 정확한 주소나 주민등록번호를 모르는 A씨는 고소가 가능한지도 걱정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름과 휴대전화번호, 계좌번호만으로도 고소는 충분히 가능하다.


법무법인 베테랑 황윤경 변호사는 "정확한 주소나 주민번호를 모르셔도 이름, 전화번호, 계좌번호만으로 고소장 접수는 가능하며, 이후 수사기관이 인적사항을 특정한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은 통신사나 금융기관 조회를 통해 B씨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다.


변호사들은 고소장에 정산장부, 카카오톡 대화 내역, B씨가 일부 변제한 입금 기록 등을 증거로 제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유 (唯) 박성현 변호사는 "보유 중인 정산 장부, 카카오톡 대화 내역, 입금 기록 등은 범죄 혐의를 입증할 강력한 객관적 증거"라고 강조했다.


다만, 수사기관이 단순 채무불이행, 즉 민사 문제로 보고 사건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을 위험도 있다.


법무법인 도모 김상훈 변호사는 "형사 절차와 동시에 가압류 등 민사상 채권 보전 조치를 진행해야만 실질적인 피해 회수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형사 고소로 상대방을 압박하고, 별도의 민사 소송을 통해 돈을 돌려받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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