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칭범의 '구속' 협박에 7천만원 날려…'코인 검수' 빙자한 신종 수법
검찰 사칭범의 '구속' 협박에 7천만원 날려…'코인 검수' 빙자한 신종 수법
검찰·금감원 사칭해 대출금·차용금까지 가상자산으로 편취

검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으로 한 시민이 7천만 원의 피해를 봤다./ AI 생성 이미지
"불법 자금에 연루됐다"는 검찰 사칭범의 협박에 한 시민이 일주일 만에 7,000만 원을 날렸다. 범인들은 '자금 검수'를 핑계로 피해자에게 대출을 받게 하고, 지인에게 돈까지 빌리게 한 뒤 모든 돈을 가상자산으로 바꿔 가로챘다.
연락이 끊긴 뒤에야 사기를 깨달았지만 돈은 이미 추적이 어려운 가상자산 지갑으로 사라진 후였다. 사기꾼들의 덫에 걸린 피해자는 과연 빚더미에서 벗어나 피해를 회복할 수 있을까?
'자금 검수'와 '공탁금', 7천만 원 증발의 전말
사건의 시작은 지난 10일 걸려온 한 통의 전화였다. 검찰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일당은 위조된 공문서까지 동원하며 피해자에게 '구속될 수 있다'고 협박했다. 이들은 '불법자금 확인'과 '코인 검수'를 해야 한다며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공포에 휩싸인 피해자는 사기범들의 지시에 따라 10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총 2,800만 원의 대출을 실행하고 예적금 200만 원까지 보탰다. 이 돈은 케이뱅크에서 업비트를 거쳐 바이비트로, 최종적으로는 범인들의 가상자산 지갑으로 송금됐다.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당은 '다른 범죄 사실이 발견됐다'며 피해자 입증을 위해 '공탁금'을 추가로 넣어야 한다고 기망했다. 외부와 접촉을 막기 위해 '엠바고(보도 유예)를 유지하며 돈을 빌리라'고 종용하고, 응하지 않으면 '구속에 빨간줄이 그어진다'는 협박을 이어갔다.
결국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4,000만 원을 빌려 같은 방식으로 송금하고 말았다. 총 7,000만 원의 피해가 발생한 뒤인 17일, 범인들과의 모든 연락이 두절됐고, 피해자는 이튿날에야 보이스피싱임을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사기, 공무원 사칭, 협박…'종합 범죄 세트'
이번 사건은 단순 사기를 넘어 여러 범죄가 결합된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의 전형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범죄조직의 행위에 대해 사기죄(형법 제347조)는 물론, 수사기관 직원을 사칭하며 직권을 행사하려 한 점에서 공무원자격사칭죄(형법 제118조)가 성립한다고 분석한다.
또한 위조된 공문서를 사용했다면 공문서위조 및 행사죄(형법 제225조, 제229조)가, '구속' 등을 언급하며 공포심을 일으킨 행위는 협박죄(형법 제283조)에 해당한다.
특히 이들처럼 총책, 상담원, 인출책 등 체계적인 역할을 분담한 조직은 형법상 '범죄단체'로 규정될 수 있다. 이 경우, 가담자 전원에게 범죄단체조직·활동죄(형법 제114조)라는 무거운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
코인으로 흩어진 돈, '자금 동결'이 관건
피해 회복의 관건은 범죄 자금의 동결 여부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경찰 수사를 통해 피싱 사기꾼들의 계좌와 가상자산 지갑 주소를 추적하고 자금 동결 요청을 해야 합니다. 자금이 동결되지 않으면 회수 가능성이 낮아집니다."라고 강조했다.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기 전, 국내외 거래소와의 공조를 통해 신속히 묶어두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의미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 역시 "업비트와 바이비트 등 거래소에도 즉시 연락해 해당 거래와 관련된 가상지갑 주소를 차단하고 자금 추적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조언했다.
다만, 피해금이 이미 가상자산으로 전환돼 범죄조직의 개인 지갑으로 넘어간 경우,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특별법'에 따른 피해 구제가 제한될 수 있어 신속한 조치가 더욱 중요하다.
사기로 떠안은 빚, 면제받을 길 있나?
당장 피해자를 짓누르는 2,800만 원의 대출금은 어떻게 될까. 사기범의 기망에 의해 받은 대출이라도 원칙적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상환 의무는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구제받을 방법은 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경찰 수사를 통해 범죄피해자로 확인되면 대출금 상환이 중지될 수 있으며, 금융감독원의 피해구제 절차를 통해 대출채무 면제나 감면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피해 사실을 명확히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변호사는 "협박 문자나 통화 내역, 위조된 공문서, 가상계좌 거래내역 등 증거자료를 최대한 확보하고, 피해금 추적을 위한 금융거래내역도 준비해두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증거를 바탕으로 금융기관에 보이스피싱 피해 사실을 통지하고 대출금 상환 유예, 이자율 조정 등을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