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에 '살인' 낙서한 수배 전단, 상사가 단톡방에 올려…3년 다 돼가는데 처벌될까요?
내 얼굴에 '살인' 낙서한 수배 전단, 상사가 단톡방에 올려…3년 다 돼가는데 처벌될까요?
직원 21명 본 합성사진에 우울증 진단, 회사는 '괴롭힘' 인정하고도 묵살…4500만원 손배소송은?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의 얼굴을 '살인' 지명수배 포스터에 합성해 단체 채팅방에 올려 정신적 고통을 줬다. / AI 생성 이미지
직장 상사가 자신의 얼굴을 '살인'이라는 글씨가 적힌 지명수배 포스터에 합성해 단체채팅방에 올린 사진을 본 A씨. 그날 이후 A씨의 시간은 3년 가까이 고통 속에 멈춰있다.
A씨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지만 상사에게서는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고,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도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3년을 한 달 앞둔 지금, A씨는 가해자인 상사와 회사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고 4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살인범' 된 내 얼굴, 직원 21명 있는 단톡방에 올린 상사
사건은 2023년 9월 20일 발생했다. 직장 상사 B씨는 직원 21명이 참여한 업무용 단체채팅방에 A씨의 프로필 사진을 이용한 합성 이미지를 게시했다. A씨의 얼굴이 ‘살인’이라고 크게 적힌 지명수배 포스터에 합성된 끔찍한 이미지였다. B씨는 여기에 “촌철살인”, “제목: 00의 일탈 // 죄목: 00의 일탈”이라는 글까지 덧붙였다.
A씨는 사건 당일 충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장난처럼 넘기려 애썼다. 하지만 그날 밤부터 합성 사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잠을 이루지 못했고, 다음 날 출근해서는 두 시간 동안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결국 A씨는 약 10일의 연차와 2회의 반차를 사용하며 한동안 회사에 나가지 못했다. 이후 2023년 12월부터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진료와 약물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진단명은 ‘적응장애’와 ‘상세불명의 우울에피소드’였다.
회사도 '괴롭힘' 인정했지만…사과도, 조치도 없었다
A씨는 회사에 B씨를 신고했다. 3개월이 지나 외부 노무사가 조사를 진행했고, A씨는 당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이 모두 인정됐다는 내용이 담긴 결과통지서를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A씨는 현재 이 통지서를 분실한 상태다. 회사 대표는 이후 A씨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괴롭힘 인정'과 B씨에 대한 '처벌 수위'를 언급하며, 당시 A씨가 모든 설명에 수긍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대표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즉각 반박했다. B씨로부터 직접 사과를 받은 적도, 회사가 어떤 후속 조치를 취했는지 들은 바도 없기 때문이다. A씨에게는 단체채팅방 캡처, 사건 직후 동료에게 트라우마를 호소한 메시지, 정신과 진단서, 그리고 회사 대표의 이메일 등이 증거로 남아있다.
형사고소는 '빨간불'…모욕죄 6개월 고소 기간 이미 지나
결론부터 말하면 형사 처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변호사들은 B씨의 행위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할 소지는 있으나, 고소 기간이 이미 지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리그 공선영 변호사는 "모욕죄는 친고죄로서 이미 고소기간이 도과했다"고 설명했다. 형법상 모욕죄는 피해자가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 하는데, A씨의 경우 이 기간이 훨씬 전에 지났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해답 김무룡 변호사 역시 "친고죄인 모욕죄의 경우 고소기간이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로 매우 짧아, 이미 지났다면 모욕죄 고소는 어렵다"고 봤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는 방법도 있지만, '사실 적시' 여부 등 다른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
남은 시간 단 한 달…민사소송이 '마지막 기회'
변호사들은 형사 고소보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마저도 시간이 매우 촉박한 상황이다.
법무법인 한설 조민성 변호사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문제된다"며 "가장 불리한 기준을 전제로 움직여야 안전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사건 발생일이 2023년 9월 20일이므로, 소멸시효 만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법무법인 베테랑 나상호 변호사는 "늦어도 한 달 안에 청구권을 행사했다는 근거를 남겨두셔야 한다"고 시급성을 짚었다.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소송을 제기해야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의미다.
손해배상 소송은 가해자인 상사 B씨와 함께 회사도 공동 피고로 삼을 수 있다. 상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회사의 관리·감독 책임을 묻는 '사용자책임'과, 직장 내 괴롭힘 신고 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을 함께 주장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한강 고용준 변호사는 "대표 이메일에서 괴롭힘 인정 및 상급자에 대한 처분을 언급했다면 회사가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실한 조사 결과통지서 내용을 대체할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A씨가 생각하는 4500만원의 배상액에 대해서는, 청구 자체는 가능하지만 법원에서 그대로 인정될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의견이 많았다. 변호사들은 정신과 치료비, 연차 사용에 따른 손실 등 구체적인 손해 항목을 나눠 꼼꼼히 입증해야 실제 인용액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