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착오'를 '고의 사기'로 몬 보험사…보험사기죄, 어떨 때 성립하나?
'수리 착오'를 '고의 사기'로 몬 보험사…보험사기죄, 어떨 때 성립하나?
변호사들 “단순 착오는 범죄 아냐, 부당 압박엔 녹취 등 증거 확보해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운전자 A씨는 오토바이와 부딪히면서 차량 뒷범퍼가 파손되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즉시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하고 수리를 위해 차를 공업사에 맡겼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A씨는 사고 충격으로 뒷범퍼뿐만 아니라 조수석 뒷바퀴 하체 부분까지 손상됐을 것이라 지레짐작했다. A씨는 “사고 당시 경황이 없었고, 오토바이가 뒤까지 박은 줄 알았다”며 당시의 혼란스러운 심경을 토로했다. A씨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공업사에 해당 부분의 수리까지 의뢰했다.
“이건 명백한 보험사기”…돌변한 보험사의 압박
공업사는 A씨의 요청대로 보험사에 수리비를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손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공업사에 ‘얼라이먼트 수치’ 등 전문 데이터를 요구했다. 양측의 확인 결과, 조수석 뒷바퀴 쪽은 아무런 손상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자 보험사 담당자의 태도가 돌변했다. 담당자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손상이 안 됐는데 명확하게 손상됐다고 얘기했다. 이것은 명백한 보험사기”라며 A씨를 범죄자로 몰아세웠다.
A씨는 “손상 안 된 줄 몰랐다. 손상이 없다면 당연히 수리할 필요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담당자는 막무가내였다. 결국 보험사는 ‘보험사기 진정서’를 제출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억울했던 A씨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자, 담당자는 “금감원에 민원을 넣었으니 우리도 진정서를 내겠다”며 보복을 암시하는 듯한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단순 착오 vs 고의적 사기, 법의 판단은?
A씨의 사례는 법적으로 ‘보험사기’에 해당할까. 변호사들은 A씨의 행위가 보험사기죄의 핵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설명헀다. 보험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허위 사실을 꾸며 보험금을 부당하게 타내려는 고의’가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휘명 김민경 변호사는 “보험사기죄는 허위나 과장된 사고를 만들어 보험금을 부당하게 타낼 고의가 있을 때만 성립한다”고 전제했다. 김 변호사는 “A씨는 손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수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확히 말했으므로 허위 청구의 의도나 고의가 없어 형사상 보험사기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김전수 변호사 역시 “실제로 손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보험금 지급을 유도하려는 고의가 있어야 처벌된다”며 “A씨의 경우는 명백히 고의가 없는 단순한 오인이나 착오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금감원 민원 넣었으니 진정”…보험사 협박, 문제는 없나
오히려 변호사들은 보험사 담당자의 대응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인 금감원 민원 제기를 빌미로 ‘진정서 제출’을 언급한 것은 부당한 압박이자 협박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보험사 담당자의 발언은 법적으로 정당한 경고라기보다 협박성 발언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며 “특히 금감원 민원 제기에 대한 보복성 언행이라면 더 문제될 수 있다”고 짚었다.
법무법인(유한) 한별 이주한 변호사도 “피해자가 심리적 위축을 느꼈다면 업무방해 또는 협박성 발언으로 문제 삼을 여지도 있다”며 “해당 통화 내용이나 문자메시지가 있다면 증거로 보존하고, 담당자의 이름과 소속, 발언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만약 보험사가 실제로 진정서를 제출해 수사가 시작되더라도 A씨가 처벌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봤다. 핵심은 ‘고의성 없음’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입증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조사를 받게 된다면, ①사고 당시에는 손상이 있는 것으로 믿었던 점, ②전문가의 판단을 신뢰한 점, ③특히 ‘손상이 없다면 수리할 필요가 없다’고 명확히 말한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관련 통화 녹취나 문자 메시지 등 객관적인 증거를 제출해 ‘편취의 고의가 없었음’을 적극적으로 입증하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