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보호용'이라 속이고 6년간 도청…감시 앱 제작 업체 대표, 2심도 징역 7년
'자녀 보호용'이라 속이고 6년간 도청…감시 앱 제작 업체 대표, 2심도 징역 7년
6000명 가입자 모집
피해자는 앱 설치 사실조차 몰랐다

'자녀 보호용' 감시 앱을 6년간 제작·판매한 업체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자녀를 지키기 위한 앱"이라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상대방 몰래 통화를 녹음하고 위치를 추적하는 도구였다. 그렇게 6년이 흘렀고, 서버에는 통화 녹음 파일 12만 3000개가 쌓여 있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형사2부(재판장 박운삼 고법판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감시 앱 제작업체 대표 50대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원심과 동일하게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 추징금 19억 74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부터 약 6년간 '자녀 보호용'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감시 앱을 제작·판매했다. 해당 앱은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 내용과 문자메시지, 위치정보(GPS)를 몰래 확인하거나 녹음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앱은 감시자용과 피감시자용으로 나눠 운영됐다. 피감시자의 휴대전화에 앱이 설치되면 문자, 위치, 통화 내용이 자동으로 서버에 전송됐고, 감시자는 이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특히 앱 아이콘과 알림 기능이 화면에 표시되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설치된 사실 자체를 피해자가 알아채기 어렵게 한 것이다.
광고에는 '실시간 전화 음성내역', '주변 소리 청취', '실시간 위치 확인' 같은 문구가 버젓이 사용됐다.
이 홍보를 보고 앱에 가입한 사람은 6000여 명에 달했고, 체험 기간 이후 실제 사용료를 낸 구매자는 980명으로 조사됐다. 앱 판매 수익은 33억 원에 이른다.
함께 기소된 30대 직원 B씨는 2021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A씨 업체에서 근무하며 관련 업무를 분담하고 급여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에 대해 원심의 징역 1년 6개월 및 자격정지 3년을 일부 변경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A씨 측은 앱 판매 자체는 일반적인 영업행위이며, 구매자가 불법 녹음·청취를 했더라도 자신이 직접 가담한 적이 없어 공모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화 상대방 동의 없이 제3자가 통화를 녹음·청취하도록 한 행위는 명백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며 판매자와 구매자 간 공모관계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A씨에 대해서는 "헌법상 보장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한 범죄"라며 "범행 기간이 약 6년에 이르고, 앱 판매 수익도 33억 원에 달해 죄질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B씨에 대해서는 "고용된 직원 신분으로 월급 외 별도의 범죄수익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5개월 이상 구금 생활을 하며 범행을 반성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도청·감시 앱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제작·판매만 하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상 공모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사례다.
불법 감시 앱과 관련된 행위는 앱을 심은 당사자뿐 아니라 이를 만들어 유통한 업자에게도 형사 책임이 직접 귀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