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아파 병원 갔다가 실신…'설명 없는' 조영제 주사, 법적 책임은?
목 아파 병원 갔다가 실신…'설명 없는' 조영제 주사, 법적 책임은?
작년 동의서 유효 병원의 황당한 주장. 법조계 명백한 설명의무 위반 일축.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어디에.

조영제 알레르기를 사전에 알린 환자에게 병원이 동의 없이 주사를 투여해 환자가 실신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조영제 알레르기 환자에게 사전 고지 없이 주사 투여한 병원. 1년 전 동의서로 "문제없다" 주장. 변호사들 "명백한 설명의무 위반, 의료과실" 지적.
목 통증으로 동네 의원을 찾았던 A씨는 치료 중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린 그에게 의사는 "조영제 부작용"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자신이 조영제 알레르기가 있다고 사전에 알렸음에도, 아무런 설명이나 동의 없이 주사를 맞았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1년 전 무릎 동의서가 목 치료에도?" 병원의 황당한 주장
A씨는 목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의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약물이나 물리치료 대신 곧바로 스테로이드 주사와 체외충격파 치료를 제안했다. 치료 과정에서 의사는 별다른 설명 없이 조영제를 투여했고, 과거 조영제 주사로 실신한 경험이 있던 A씨는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다.
깨어난 A씨가 "왜 동의 없이 조영제를 투여했냐"고 항의하자, 병원 측은 "작년 무릎 통증으로 방문했을 때 받은 신경차단술 동의서가 유효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A씨가 확인한 동의서에는 조영제에 대한 언급은 한 글자도 없었다. 병원은 동의서 하단의 '한번 서명하면 다시 동의를 받지 않는다'는 문구를 근거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명백한 의료법 위반"…변호사들, 한목소리로 '위법' 지적
A씨의 사연에 법률 전문가들은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태강의 정재영 변호사는 "조영제 관련 설명이 포함되지 않은 동의서는 조영제 투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며 "특히 환자가 조영제 알러지가 있다고 고지했음에도 사전 동의 없이 투여하여 실신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면 의료과실 및 의료법 위반으로 신고할 수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더든든의 추은혜 변호사 역시 "의료진은 모든 침습적 치료 전 환자에게 설명의무와 동의절차를 이행해야 한다"면서 "환자의 알러지 이력을 확인하지 않고 조영제를 투여한 것은 명백한 주의의무 위반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정향의 오주하 변호사도 "이전에 무릎 치료 시 받은 동의는 이번 조영제 투여에 대한 동의로는 볼 수 없어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무릎 동의서로 목 치료?…법원 포괄적 동의 인정 안 해
의료법 제24조의2(의료행위에 관한 설명)는 의사가 환자에게 질병의 상태, 치료 방법, 예상되는 위험과 부작용 등을 충분히 설명해 환자 스스로 치료 여부를 결정할 권리(자기결정권)를 보장하도록 규정한다.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의료행위 전에는 반드시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특히 조영제처럼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아나필락시스 쇼크)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 투여는 더욱 엄격한 설명의무가 요구된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교통사고 전문 김경태 변호사는 "과거의 포괄적 동의로 현재의 구체적 시술에 대한 동의를 갈음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사전 설명이나 동의 없이 조영제를 투여한 것은 중대한 의료과실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씨의 경우, 1년 전 다른 부위에 대한 동의서로 조영제 투여를 정당화하려는 병원의 주장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과잉진료 논란까지…환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여러 변호사들은 약물이나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를 건너뛰고 곧바로 주사, 충격파 등 침습적 치료를 시행한 것 역시 '과잉진료'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영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목 통증 치료는 약물 치료, 물리치료 후 주사 치료, 체외충격파 치료(통증 부위에 고에너지 충격파를 가하는)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A씨가 법적 대응에 나서기 위해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진료기록부 및 동의서 사본 확보 ▲병원 측과의 대화 녹취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 신청 ▲보건소 민원 제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이 제시됐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소송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우선 병원 측에 해당 내용들을 법리적으로 지적하는 법무법인 명의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적절한 배상을 요구해보고 병원측의 반응에 따라 다음 대응을 준비해야 하겠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