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확정 후 국가가 숨긴 돈, '형사보상청구'로 면소·공소기각도 100% 보상받는 법
무죄 확정 후 국가가 숨긴 돈, '형사보상청구'로 면소·공소기각도 100% 보상받는 법
'면소'나 '공소기각'도 예외 없다
형사보상청구권으로 실현하는 헌법적 권리 가이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형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는 것은 긴 싸움의 끝이 아니라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는 시작이다. 억울하게 수감 생활을 했던 피고인이라면 국가를 상대로 그 고통의 시간을 금전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형사보상청구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판결문에 '무죄'라는 두 글자가 찍히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무죄 사유가 있다면 보상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형사보상청구권의 주체는 재심이나 비상상고를 포함한 형사절차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확정받은 피고인이다. 만약 대상자가 이미 사망했다면 그 상속인이 권리를 승대하여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상속인이 여러 명이라도 그중 1명이 청구하면 나머지 상속인 모두를 위해 전부에 대한 보상을 청구한 것으로 간주된다.
놀라운 점은 형식적인 무죄 판결이 아니더라도 보상을 받을 길이 열려 있다는 사실이다. 면소 또는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라도 만약 그러한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를 받았을 만한 현저한 사유가 인정될 경우 보상 청구가 가능하다. 실제로 대구지방법원에서는 대구 H 폭파사건과 관련해 면소 판결을 받은 원고에 대해 불법 체포와 구금 상태에서의 증거능력 부재를 인정하며 형사보상 청구권을 인정한 바 있다 (대구지방법원 2023. 1. 12. 선고 2022가합204924 판결).
심지어 판결문의 주문에는 무죄가 기재되지 않고 이유에서만 무죄 판단이 내려진 경우에도 보상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주위적 공소사실은 무죄이나 예비적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어 주문에 별도의 무죄 선고가 없었더라도, 미결구금의 대부분이 무죄 부분의 수사와 심리를 위해 필요했다면 그 기간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서울고등법원 2007. 3. 22. 선고 2006코17 결정).
법원이 알려주지 않는 청구 시한과 보상금 산정의 비밀
형사보상청구는 무죄 판결을 내린 법원 합의부에 신청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구 시한을 엄수하는 일이다. 법적으로 무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판결이 확정된 때로부터 5년 이내에 청구해야 하며 이 기간을 단 하루라도 넘기면 보상금은 국가로 귀속된다.
보상금의 액수는 청구 원인이 발생한 연도의 일급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법원은 최저임금액 이상에서 그 5배 이하의 금액 범위 내에서 구금 일수를 곱해 최종 보상액을 결정한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5조). 다만 모든 무죄 판결이 전액 보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심신상실 등을 이유로 책임조각사유에 의해 무죄가 선고된 경우나, 피고인이 수사를 그르칠 목적으로 허위 자백을 하여 구금을 자초한 경우에는 법원의 재량에 따라 보상 청구가 기각되거나 일부 감액될 수 있다 (부산고등법원 2008. 3. 21. 선고 2007코8 결정).
청구 절차를 위해서는 보상청구서와 함께 무죄판결서 등본, 확정증명서를 첨부해야 한다. 법원은 검사와 청구인의 의견을 청취한 뒤 결정을 내리게 되며, 만약 청구가 기각된다면 즉시항고를 통해 불복할 수 있다.

합의 타이밍과 금액이 형량을 바꾼다: 형사사건 합의의 법적 효과와 전략
형사보상으로 부족하다면 국가배상청구까지 고려해야
형사보상은 공무원의 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국가가 무과실로 책임을 지는 손실보상의 성격을 띤다. 반면 수사 과정에서 고문이나 불법 구금 등 공무원의 명백한 위법 행위가 있었다면 형사보상과는 별개로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현행법상 형사보상을 받았다고 해서 국가배상 청구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다만 동일한 원인으로 형사보상금을 먼저 수령했다면, 국가배상액 산정 시 그 금액만큼을 공제하게 된다. 이때 공제 방식은 민법상 변제충당 원칙에 따라 지연손해금에서 먼저 제하고 남은 금액을 원본에서 공제하는 순서를 따른다 (대구지방법원 2023. 1. 12. 선고 2022가합204924 판결).
결국 무죄 판결 확정 이후의 법적 대응은 단순히 기록상의 명예회복을 넘어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한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형사보상청구는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권리이자 국가 사법 절차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위험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