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성전환 수술 안 한 트랜스젠더도 성별 정정 가능"
법원 "성전환 수술 안 한 트랜스젠더도 성별 정정 가능"
2심에서 1심 판단 뒤집고 성별 정정 허가
"당사자 의사에 반하는 성전환 수술 강제는 개인의 존엄 침해"
"정신적 요소가 성정체성 판단의 근본적 기분"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아도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이 가능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연합뉴스
현재 트랜스젠더(성전환자)가 성별을 정정하려면, 법원에 '성별정정 허가' 신청을 한 뒤 재판을 받아야 한다. 대다수 재판에선 성전환 수술 여부를 판단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도 성별 정정이 가능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3민사부(재판장 우인성 부장판사)가 최근 트랜스젠더 A 씨에 대한 성별 정정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공감에 따르면 A씨는 태어날 때 '남성'으로 출생신고됐지만 어렸을 때부터 여성으로의 성정체성이 확고했다. 만 17세부터 꾸준히 호르몬 요법을 받아왔고, 가족은 물론 학교⋅직장 등에서도 여성으로 일상 생활했다. 그러다 법원에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해달라"는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A씨가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아 "사회적 혼란과 혐오감, 불편감, 당혹감 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성전환 수술 여부보다 '정신적 요소'를 더 중요한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전환 수술 강제는 개인의 존엄을 침해한다"며 "수술이 아닌 다른 요건에 의해 성정체성 판단이 가능하다면 성전환 수술 여부로 성정체성을 판단하면 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정신적 요소가 정체성 판단의 근본적 기준"이라며 "생물학적 요소보다 우위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도 2심은 "성전환자의 외부 성기가 제3자에게 노출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며 "혼란, 혐오감, 불편감 등이 사회에 초래된다고 일반화할 수 없다"고 봤다. 또한 성전환 수술을 강제하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호르몬 요법만으로도 성별불쾌감이 해소되는 경우가 있음에도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성별불쾌감을 해소시키는 정도를 넘어 육체적 변형을 추가로 요구한다면 일정한 키에 부합하지 않는 이유로 사람의 다리를 자르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혼란, 혐오감 등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사실에 대한 편견 혹은 잘 알지 못하는 존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으로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강도질을 일삼았다. 붙잡아온 사람을 침대에 눕히곤 키가 침대보다 크면 발을 자르고, 작으면 발을 늘여서 살해했다.
해당 사건을 대리한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는 "더 이상 트랜스젠더들이 법적 성별 정정을 위해 원하지 않는 수술을 강요당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번 결정이 다른 법원에도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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