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갔는데 왜 끝나지 않죠?"…'영상 잘봤다' 2차 가해의 지옥
"감옥 갔는데 왜 끝나지 않죠?"…'영상 잘봤다' 2차 가해의 지옥
전 연인 실형 후 쏟아지는 익명의 조롱, 피해자 "죽어야 끝날까" 절규

불법촬영물 유포로 가해자가 수감된 후에도 피해자는 "영상 잘 봤다"는 등 익명의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전 연인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됐지만, 피해자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영상 잘 봤다"는 익명의 조롱 메시지가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쏟아지자, 피해자는 "제가 죽어야 끝이 날까요?"라며 절규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는 명백한 2차 가해이자 별도의 범죄 행위라며, 증거를 확보해 추가 형사 고소는 물론 전 연인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까지 모두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가 죽어야 끝이 날까요"…가해자 수감 후 시작된 2차 가해
전 연인이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촬영한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에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던 피해자 A씨. 하지만 진짜 악몽은 그 후에 시작됐다.
최근 A씨의 SNS 계정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무차별적으로 팔로우를 신청하고, "영상 잘 봤다", "영상 좋더라"와 같은 조롱 섞인 메시지를 보내오기 시작한 것이다.
가해자는 감옥에 갔지만, 유포된 영상은 디지털 세상 어딘가에 남아 피해자를 계속해서 옥죄고 있었다. A씨는 "제가 죽어야 끝이 날까요?"라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증거 없다? 메시지 자체가 증거"…2차 가해자, 형사 처벌 가능
A씨는 증거가 없어 처벌이 불가능할 것이라 체념했지만, 변호사들은 '메시지 자체가 핵심 증거'라고 단언했다.
하진규 변호사는 "'영상 봤다'는 메시지는 단순 장난이 아니라 성폭력처벌법상 2차 가해나 명예훼손, 통매음 등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하며 "무차별 팔로우나 DM 등은 반복되면 스토킹처벌법 적용 가능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홍윤석 변호사 역시 "영상 잘 봤다 등의 연락을 지속적으로 하는 행위는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나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될 수 있습니다"라며 "상대방이 계정을 지우기 전에 아이디와 메시지 내역을 캡처하여 증거로 확보해 두시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지금이라도 모든 메시지 내용, 발신자의 계정 아이디, 프로필 화면 등을 삭제하지 말고 즉시 캡처해 보관해야 하는 이유다.
"감옥 가도 책임은 남는다"…전 연인 상대 '민사소송'은 지금부터
가해자가 실형을 살고 있다고 해서 피해 보상을 받을 길이 막힌 것은 아니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민철 변호사는 "오히려 형사재판의 유죄 판결문은 가해자의 불법행위를 입증하는 가장 강력하고 객관적인 증거가 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피해를 금전적으로나마 배상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조기현 변호사 또한 "민사소송은 지금이라도 가능합니다. 형사 판결이 이미 나왔다면 불법행위는 사실상 입증된 상태이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에서 유리합니다"라고 설명하며 소송을 서두를 것을 권했다. 피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감당하지 마십시오"…즉시 행동해야 할 일들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 전에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시급한 것은 추가 유포를 막는 일이다.
이민철 변호사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의 기관을 통해 유포된 영상물의 모니터링 및 삭제 지원 조치를 신속하게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진훈 변호사는 "가까운 경찰서나 사이버수사대에 신고·고소하시고, 연락·접근 금지의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를 요청하십시오"라고 구체적인 절차를 안내했다.
김연주 변호사 역시 "결코 혼자 감당하며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라고 당부하며, 형사 판결문을 바탕으로 민사 위자료 청구와 2차 가해자들에 대한 추가 대응을 시작해 정당한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는 결코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해자들을 응징할 방법은 여전히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