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동생 명의 빌려 내 돈으로 사둔 땅⋯"이제 명의 바꾸자"하니 '모른 척 '합니다
친동생 명의 빌려 내 돈으로 사둔 땅⋯"이제 명의 바꾸자"하니 '모른 척 '합니다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받더라도 소송 서둘러야 하는 이유

친동생 이름을 빌려 사두었던 땅. 중개 수수료며 등기 비용, 세금까지 모두 자신이 냈는데 명의를 바꾸자는 말에 모른 척을 하고 있다.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 /셔터스톡
A씨는 몇 년 전 조금이나마 돈을 아껴보겠다고 했던 일을 후회한다. 그 일은 바로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친동생 이름으로 해둔 것이다. 일명 명의신탁.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자 불안한 마음이 든 A씨. 이에 "명의를 이제 바꾸자"고 동생에게 말했는데, 반응이 영 찜찜하다.
매매대금은 물론 중개수수료, 등기 비용, 각종 세금 등은 A씨가 부담해 왔는데 이러다 돌려받지 못하게 될 거 같다. 이에 A씨는 소송까지도 고려하고 있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다.
애초부터 불법인지 알고 이 일을 벌여왔다는 점.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답일지 변호사에게 도움을 구했다.
부동산 명의신탁(名義信託)은 부동산의 소유자 명의를 실소유자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등기 해 놓는 것이다.
명의신탁된 부동산의 소유관계는 1995년을 기준으로 확 바뀌었다.
그전까지는 명의신탁을 통한 부동산 거래 효력이 인정됐었다. 신탁자(이 경우 A씨)와 수탁자(A씨의 동생) 둘 사이에서는 소유권이 신탁자에게 있지만, 그 밖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있다는 식으로 처리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1995년부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제법)이 시행되면서 그 부동산 거래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변호사 김상배법률사무소'의 김상배 변호사는 "부동산실명제법에 따라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이고, 따라서 동생 명의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도 무효"라고 했다. 더불어 "이렇게 되면 A씨가 산 부동산의 소유권은 여전히 전(前) 소유자에게 남아 있게 된다"고 김 변호사는 말했다.
이렇게 되도 전 소유자와 A씨의 매매계약은 유효한 상태다. 즉, A씨의 동생 앞으로 돼 있는 부동산 소유권은 무효이기 때문에 A씨는 전 소유자로부터 다시 부동산 소유권 등기이전을 받으면 된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 안병찬 변호사도 "등기권리증을 A씨가 가지고 있고 모든 세금을 A씨가 내온 경우라면 명의신탁 상황이 인정돼, A씨가 명의이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A씨 동생과의 민사소송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그렇게 되면 불법 명의신탁에 따른 형사책임도 져야 한다. 하지만 부동산을 되찾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법률사무소 저스트의 도형욱 변호사는 "동생이 명의를 넘겨주지 않는다면, A씨는 형사처벌과 과징금을 감수하고 명의신탁에 의한 등기이전청구를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동생이 부동산을 처분하게 되더라도 어떠한 제재조차도 가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형사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일까.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는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A씨와 A씨 동생 모두 형사처벌을 받게 되며, A씨는 여기에 행정처분(과징금 및 이행강제금부과처분)을 추가로 받게 된다"고 했다.
A씨의 경우 부동산실명제법 제7조 제1항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이다. A씨 동생은 부동산실명제법 제7조 제2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덧붙여 A씨의 행정처분에 대해서는 더프렌즈 법률사무소 이동찬 변호사가 정리했다. 이 변호사는 "부동산실명제를 위반한 신탁자인 A씨에게는 부동산 가액의 30% 범위 안에서 과징금이 부과될 것"이라며 "그 부과율은 해당 부동산의 평가액과 의무 위반 경과 기간을 기준으로 적용한다"고 말했다.
처벌을 각오하고 소송을 결심했다면, 그 과정은 어떻게 될까.
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는 "민사상 대위(代位: 일정한 조건 아래 이루어지는 권리의 이전) 말소청구 및 소유권이전등기를 통해 등기를 이전받을 수 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는 "A씨의 경우 최대한 빨리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소송으로 등기이전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죄가 더 무거워지고, 부동산도 돌려받을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이유를 들었다.
다만, 김명수 변호사는 "소송에 앞서 형사처벌과 행정처분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토대로 동생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배 변호사도 "형제간 문제인 만큼 가능하면 대화로 원만하게 해결하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만약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면 해당 부동산에 대하여 처분금지가처분 등 보전처분을 하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