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참다못해 연락 끊었더니…"결혼 때 보태 준 돈 내놓으라"는 아빠
폭력에 참다못해 연락 끊었더니…"결혼 때 보태 준 돈 내놓으라"는 아빠
아버지에게 결혼자금 받았지만⋯폭력에 지쳐 연락 끊어
"돈 돌려달라" 요구하는 아버지⋯꼭 돌려줘야 할까

폭력을 일삼아 왔던 아버지. 그런데 A씨가 결혼을 앞두자 "결혼에 보태라"며 돈을 내놨다. "빌려주는 게 아니라, 그냥 결혼에 쓰라고 주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폭력에 아버지와 연을 끊겠다고 선언 후, 모든 연락을 차단하자 아버지는 "돈을 다시 반환하라"고 한다. /셔터스톡
A씨에게 아버지는 '매번 상처만 주는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폭력을 일삼아 왔기 때문이다. 그런 아버지도 A씨가 결혼을 앞두자 "결혼에 보태라"며 돈을 내놨다. 무려 5000만원.
아버지의 이런 호의를 선뜻 믿을 수 없었던 A씨. 하지만 아버지는 "빌려주는 게 아니라, 그냥 결혼에 쓰라고 주는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A씨는 이 통화 내용을 녹음 해뒀다.
관계가 잠시 개선되는 듯했지만, 아버지의 폭력은 멈출 줄 몰랐다. 급기야 흉기를 들고 A씨를 협박하는 일이 생겼다. A씨는 이 충격에 아버지와 연을 끊겠다고 선언 후, 모든 연락을 차단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A씨 앞으로 서류 하나를 보내왔다. '결혼자금으로 준 돈을 반환하라'는 내용증명이었다.
무시할까 싶었지만, 실제로 소송도 불사할 것 같은 아버지. 받은 돈은 신혼집을 얻는데 다 쓴 상태라 당장 돈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이 상황에서 A씨는 아버지에게 받았던 돈을 돌려줘야만 하는 건지 궁금하다.
변호사들은 A씨에게 "받은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A씨 아버지가 준 돈의 성격 탓이다.
증여는 재산 일부 또는 전부를 아무 대가 없이 타인에게 주는 것을 말한다. 증여자(재산을 줄 사람)가 수증자(재산을 받을 사람)에게 '재산을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수증자가 이를 수락하면 성립하는 계약의 일종이다.
이에 따르면, 나중에 돌려받을 목적으로 준 것(대여금)이 아니라 결혼 준비를 위해 쓰라고 준 것(증여)이기에 아버지가 준 돈은 증여가 된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조대진 변호사는 "A씨는 결혼자금으로 아버지에게 돈을 받았기 때문에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사실, 증여 계약은 서면으로 표시하지 않은 이상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해제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이미 이행한 부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뒀다. 증여하기로 한 약속은 취소할 수 있어도, 이미 증여한 재산에 대해선 돌려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돈을 증여하면서 특정 조건, 예를 들면 "연락을 꼭 받아야 한다" "나를 부양해야 한다" 등을 약속했다면 부담부증여(負擔附贈與)로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이 또한 아니다.
따라서 법무법인 효현의 박수진 변호사도 "아버지가 보낸 내용증명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