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베뮤 8억 과태료는 시작일 뿐…청년들 익명 신고 빗발친 '이곳' 불시 들이닥친다
런베뮤 8억 과태료는 시작일 뿐…청년들 익명 신고 빗발친 '이곳' 불시 들이닥친다
고용노동부, 두 달간 청년 다수 고용 업종 대상 근로감독 실시
노무사 "기록 남기기 어려운 업종, 입증 책임은 오롯이 노동자 몫"

지난 11월 3일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 앞에서 녹색당 관계자들이 런베뮤 노동자 사망 관련 정당연설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유명 베이커리 카페 '런던베이글뮤지엄'에 8억 원의 과태료를 물렸던 정부가 이번에는 IT·영상·외식 업계의 '공짜 야근'을 정조준하며 칼을 빼들었다.
고용노동부가 두 달 동안 공짜 야근 근절을 위한 불시 점검에 돌입한다. 이번 점검의 핵심 타깃은 포괄임금제 오남용이다. 포괄임금제란 야근, 연장, 휴일 근무 등에 대한 수당을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매월 일정액으로 미리 정해 월급에 포함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앞서 주 70시간 노동 등 과로사 의혹이 불거졌던 런던베이글뮤지엄 역시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면서도 초과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돼 이달 중순 고용노동부로부터 8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바 있다.
정부의 집중 점검 항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사업장이 실제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제대로 지급했는가. 둘째, 근로시간을 법에 맞게 기록하고 관리하고 있는가다.
점검 대상은 청년들이 다수 근무하며, 그동안 익명 신고가 빗발쳤던 음식점, 숙박업, 제과·제빵 등 서비스업과 IT 업체, 영상 콘텐츠 업체 등이다.
고용노동부는 선정된 사업장에 불시에 들이닥쳐 과거 1년 치 근로 기록을 확보하고, 포괄임금 약정의 적법성 여부와 실제 근로시간 대비 임금 지급 내역을 대조할 계획이다. 필요시 디지털 포렌식과 근로자 면담도 병행된다.
증거 남길 수 없는 노동자들…결국 수기로 쓴 야근 일지는 휴지조각?
노동계는 이번 점검을 반기면서도 실효성에는 짙은 물음표를 던졌다. 점검 대상에 오른 업종들의 특수성 때문이다.
직장갑질119의 김유경 노무사는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표적인 업종들 특히 영상 업체들이라던가 IT 쪽이라든가 숙박업이라든가 음식업 쪽이 사실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유가, 업무를 갑자기 시킬 일들이 있는 경우들도 있고 대부분 다 노무 관리 체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 노무사는 이어 "바깥에서 외근을 한다거나 영상 쪽은 또 특히 그런 일들이 많아서 증거로 남기기 어렵다"며 "노트북 기반으로 앉아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그러면 로그인 기록이라도 있을 수가 있는데 그런 게 있을 수가 없는 분들이라는 거다. 그런 분들은 어떻게 포렌식을 하겠나"라며 조사망을 빠져나갈 가능성을 우려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입증 책임이 노동자에게 쏠려 있다는 점이다. 노동자가 스스로 야근을 입증하기 위해 수기로 기록을 남기더라도, 이를 공신력 있는 자료로 인정해 줄 기준이 모호하다.
김 노무사는 "노동부의 공식적인 틀이 없기 때문에 야간 노동을 알게 모르게 시키고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노동자가 주장하는데 회사도 '이거는 우리 그런 적 없어'라고 부인하고 노동부도 '노동자가 수기로 적은 기록을 보고 이거는 믿을 수가 없지 않아'라고 하면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근본적으로 제도 자체에 대한 손을 보지 않는 이상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고용노동부 "포렌식 적극 활용"…하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해
이러한 지적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에 나가서 일하는 시간은 대부분 근로시간으로 볼 것"이며 "포렌식을 많이 활용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런던베이글뮤지엄 감독 당시에도 복무 관리 시스템과 지문 등록 자료를 포렌식 해 초과 근로 증거를 찾아낸 사례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디지털 기록이 존재하는 사업장에 국한된 이야기다. 고용노동부 측도 사업장이 아닌 외부 근무의 경우 근로시간 인정이 애매할 수 있어 개별 사례별로 판단해야 한다는 한계를 인정했다.
결국 법적·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공식적으로 근무 시간을 기록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등 툴의 도입을 시사해 왔으나 아직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관련 법안은 발의된 상태이며, 올 상반기 내로 제도 개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운영 중인 '익명 신고 센터'를 유지하며, 접수된 사업장을 오남용 의심 사업장으로 분류해 하반기 기획 감독 대상지로 선정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