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에게 사기당한 돈 돌려받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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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에게 사기당한 돈 돌려받을 수 있나요?"

2019. 09. 05 17:3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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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 행위로 목적된 결과 못 얻어도 ‘기망’ 으로 보기 어렵다"

이미지 출처: 셔터스톡

석달 전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 있던 A씨가 같은 병실에서 친해진 무당 B씨에게 2250만원을 건네주었습니다. “한을 품고 죽은 조상 귀신이 A씨의 아들에게 붙어 목숨을 노리니, 3년간 제사를 지내 한을 풀어줘야 한다”는 B씨의 말을 듣고 놀라 그가 시키는 대로 했던 것입니다.
A씨는 “지난 과거를 잘 알고 있어서 신기했고, 아들의 생일에 내가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아파서 수술한 일이 있어 무당 말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두려움에 빠져들게 됐다”고 말합니다. A씨는 또 “B씨가 자신이 디스크 시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마음이 약해진 상태를 이용한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B씨는 제사 지내는 데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했습니다. A씨가 “돈이 없다”고 하니 B씨가 “빌려줄 사람이 있다”며 몰아갔습니다. A씨는 두려운 마음에 돈을 빌려서 B씨에게 건네주었습니다.
A씨는 퇴원한 뒤 B씨에게 주려고 낸 빚 갚기가 쉽지 않자, 그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B씨는 그 돈은 거의 다 써버렸다며 자기 말을 믿고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B씨는 이때 “운동을 하는 A씨의 아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고, 그 아들이 올림픽에도 나가게 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그 말을 믿고 한달 쯤 기다렸는데, 아들에게서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자 B씨에게 다시 연락해 “이제 그만 돈을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B씨는 “1000만원만 주겠다”고 했습니다. A씨는 너무 속상하고 억울하다며 변호사 도움을 구했습니다.


돈을 내고 굿을 하면 앞으로 닥칠 재앙을 막고 좋을 일들이 생길 것이라는 무당의 말을 믿고 굿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적지 않은 돈을 무당에게 주고 굿을 했는데, 이렇다 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경우는 어찌 될까요?


무속 행위가 별 효과를 보지 못해도 대다수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어갑니다. 하지만 무당에게 가져다 분 돈의 규모나 그가 행한 무속 행위가 일반적인 무속 행위의 상식을 넘어섰을 경우 ‘사기죄’ 여부를 다투기도 합니다.

법원 판례, “무속 행위로 목적된 결과 못 얻어도 ‘기망’ 아니다”

무속 행위가 목표했던 성과를 이루지 못했을 경우 이를 ‘기망’(欺罔:허위 사실을 말하거나 진실을 은폐함으로써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법적 판단의 핵심입니다.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득을 취할 경우 ‘사기죄’(형법 347조)로, 10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무당이 돈을 받고 무속 행위를 했는데 목적했던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기죄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무당에게 돈을 주고 굿을 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목표한 결과보다도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마음의 위안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무당에게 지급한 돈의 반환과 관련한 법원의 기본적인 입장은 이렇습니다.


굿을 하는 등의 무속(巫俗:무당의 풍속)은 그 근본원리나 성격 등이 과학적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이는 고대로부터 일반 대중 사이에서 상당히 폭넓게 행하여 온 민간 토속신앙의 일종으로서, 그 의미나 대상이 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논리의 범주 내에 있다기보다는 영혼이나 귀신 등 정신적이고 신비적인 세계를 전제로 하여 성립된 것이다.

이러한 무속의 실행은 반드시 어떤 목적된 결과의 달성을 요구하기보다는 그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 또는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예외적으로 어떤 목적된 결과의 달성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도, 그 시행자가 객관적으로 그러한 목적달성을 위해 일반적으로 무속업계에서 행하여지는 무속 행위를 하고, 또한 주관적으로 그러한 목적달성을 위한 의도로 한 이상, 비록 그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시행자인 무당이 굿의 요청자를 기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시행자가 진실로 무속 행위를 할 의사가 없고 자신도 그 효과를 믿지 아니하면서 효과 있는 것같이 가장하고 상대방을 기망하여 부정한 이익을 취하거나, 통상의 범주를 벗어나 재산상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무속 행위를 가장하여 요청자를 적극적으로 기망한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한다 할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9. 23. 선고 2016노485 판결 등)


A씨의 경우에 대해 법무법인 이데아의 김태환 변호사는 “일단은 빌려준 것인지, B씨가 하는 어떤 행위에 대해 비용을 치른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며 “무속인인 B씨에게 어떤 행위(굿)를 해달라고 돈을 준 것이고, 실제로 그러한 행위를 하였다면 이때는 사기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B씨가 ‘빌려준 돈을 주겠다’고 했다면 이는 대여로 볼 수 있을텐데, 그 증거 확보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습니다.

“구체적인 결과 내걸고, 고액 요구했다면 사기죄 성립 가능”

법무법인 동안의 정대영 변호사는 “무당이 A씨에게 귀신이 아들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고 말한 점, 돈을 빌려서라도 굿을 하게 하여야 한다고 한 점, 아들의 운동 성적이나 올림픽 진출이라는 구체적인 결과를 내건 점, 굿 비용으로 요구한 2250만원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고액인 점 등을 보면 그 무당의 행위가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정 변호사는 “다만 그 무당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굿을 해주었는지, 통상적으로 다른 고객에게 받는 비용과 A씨로부터 받은 비용에 큰 차이가 있는지, A씨에게 행한 구체적인 기망의 내용이나 정도가 통상적인 무속 행위의 범주를 벗어난 것인지 등 다른 사정들에 의해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만약 그 무당의 행위가 정상적인 무속 행위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라면 A씨는 그 무당을 사기죄로 형사 고소할 수 있고, 민사상 굿 대금 반환 청구 소송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 변호사의 견해입니다. 다만, B씨가 1000만원은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므로, 반드시 소송이나 고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최진혁 법률사무소의 최진혁 변호사는 “무당이 A씨로부터 돈을 받은 후 실제 제사를 지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며 “단순히 돈을 대여 또는 편취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변호사는 “A씨의 경우 같은 병실에서 알게 되었고, 무당이 ‘아들에게 붙어 목숨을 노리는 조상 귀신에게서 벗어나려면 3년간 제사를 지내줘야 한다고 말한 점, 돈이 없다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빌려서 까지 돈을 마련토록 해 건네받은 점, 받은 돈의 일부인 1000만원을 돌려준다고 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사기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 변호는 “먼저 1000만원을 돌려받은 후 나머지 금액을 반환하지 않을 때 형사고소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김기윤 법률사무소의 김기윤 변호사는 “대법원은 무당이 돈을 받고 실제로 기도 등 피해자에게 약속한 종교 행위를 했는지 여부, 그 기도의 방법이 통상적으로 행해지는 방법인지 여부, 무당이 종교인으로서의 경력이 있는지 여부, 기도비로 받은(편취한) 액수의 크기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기죄에 해당되는 지 여부를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변호사는 “A씨의 사건도 이와 같은 사정을 모두 고려해 무당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잘 주장하고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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