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병도 응급장비도 없었다…예비군 사망 사고, 국가 책임 어디까지
의무병도 응급장비도 없었다…예비군 사망 사고, 국가 책임 어디까지
완전예비군 대대 첫 훈련서 20대 대원 사망
현장엔 필수 구호 장비 전무

셔터스톡
지난 18일 KBS 단독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최초로 창설된 육군 ‘완전예비군 대대’의 첫 동원 훈련 중 발생한 20대 예비군 대원 사망 사고 당시 훈련 현장에 의료 인력과 응급 장비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훈련 현장의 안전 대책 부실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관련 법적 책임 소재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폭염 속 야간 훈련 강행…현장엔 응급장비·의료진 없어
사고는 지난 12일 경기 포천의 한 야산에서 발생했다.
30도에 이르는 더위 속에 4시간 넘게 고강도 야외 훈련을 소화한 뒤 야간 훈련을 위해 산을 오르던 예비군 대원 A씨가 쓰러졌으나, 현장에는 군의관이나 자동심장충격기(AED) 등 필수 의료 인력과 장비가 전혀 없었다.
군 자체 의료지원팀은 사고 현장에서 5~8km 떨어진 거점에 머물렀으며, 결국 119 구급대가 출동해 사고 발생 50분 만에 A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육군은 사고 직후 현장 간부의 즉각적인 심폐소생술과 의무사령부 원격 연결을 통한 응급조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형사적 쟁점 : 지휘관의 ‘업무상과실치사죄’ 성립 여부
이번 사고의 핵심 형사법적 쟁점은 훈련 지휘관 등 현장 책임자들의 업무상과실치사죄 성립 여부다.
야간 및 대규모 훈련 시 의무 요원을 적절히 배치하도록 한 훈련 지침 등에 비추어 볼 때, 응급장비와 의료 인력의 현장 미비는 주의의무 위반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다만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장비와 인력이 현장에 있었다면 A씨를 소생시킬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학적 감정을 통해, 주의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엄격하게 입증되어야 한다.
민사적 쟁점 : 개정 국가배상법에 따른 유족 위자료 청구
민사적으로는 유족의 국가배상청구 가능성이 주목된다. 예비군 훈련은 국가 공무 수행에 해당하지만, 군인과 예비군 대원 등에게 적용되는 이중배상금지 조항(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다른 법령에 의한 보상 외에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된다.
그러나 2025년 1월 개정된 국가배상법 제2조 제3항에 따라 유족은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국가에 별도로 청구할 수 있게 됐다.
과거 유사한 중학교 축구부 동계훈련 급성심장사 사건을 맡은 대법원은 훈련 과정의 일정과 응급구호체계 미비를 훈련 참가자에 대한 보호 및 감독 의무 위반으로 판단한 바 있다.
이 같은 판례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구조적 안전 체계 결함이 위자료 등 국가의 배상 책임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행정·제도적 과제 : 구속력 있는 훈련 안전 기준 법률화 시급
행정 및 제도적 측면에서는 현행법상 훈련 안전 규정의 공백이 한계로 지적된다.
현재 예비군 훈련의 의료 인력 및 응급장비 배치 기준은 법률이 아닌 훈령 등 행정규칙에 위임되어 있어 강제력이 약하다.
법리적으로는 이러한 구체적인 안전 기준을 예비군법에 직접 명문화하고, 대규모 군 훈련 시 응급의료기관 사전 통보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나아가 훈련 계획 수립 시 위험성을 평가하고 인력을 확보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에 준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구축되어야 구조적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