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행복하지 않았어요"…결혼 약속 믿었지만, 낙태 종용당한 여성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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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행복하지 않았어요"…결혼 약속 믿었지만, 낙태 종용당한 여성의 눈물

2026. 01. 15 16:1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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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형사 처벌 어렵지만, 정신적 고통·명예훼손 입증하면 민사상 1천만원 내외 배상 가능"

결혼을 약속하고 임신하자 돌변해 낙태를 종용한 남자친구에게 한 여성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 AI 생성 이미지

결혼 전제 임신 후 낙태 종용…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법적 배상은?


“임신 사실을 안 날부터 수술할 때까지 하루도 행복하지 않고 늘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결혼을 전제로 만난 연인에게 임신중절을 강요당한 한 여성의 사연이 법적 다툼으로 번질 전망이다.


여성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모두 준비하고 있다.


“아이 낳으면 결혼”…믿었던 약속, 임신하자 돌변한 남자친구


3개월가량 교제하며 결혼을 약속한 A씨와 남자친구. A씨는 자궁이 약해 중절 수술 시 향후 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남자친구에게 알렸고, 두 사람은 피임을 하지 않는 데 합의했다. 남자친구는 “임신하면 결혼하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A씨가 실제로 임신하자 남자친구의 태도는 돌변했다. 그는 폭행이나 직접적인 협박은 없었지만, “혼자 낳아서 키우려면 키워보라”는 식의 말을 반복하며 A씨를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아이를 지키고 싶었던 A씨는 임신확인서까지 발급받으며 출산을 희망했지만, 계속되는 압박과 무책임한 태도에 결국 지난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다. 수술비는 남자친구가 지불했다.


“네가 선택한 것”…가스라이팅에 전 여친에겐 조롱까지


수술 후 A씨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남자친구는 “결국 선택은 네가 한 거야. 내가 질질 끌고 갈 수는 없는 거잖아”라며 모든 책임을 A씨에게 떠넘겼다. 심지어 자신의 전 여자친구에게 A씨의 낙태 사실을 알리며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발언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이와 관련된 통화 기록과 남자친구의 강요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모두 확보한 상태다.


남자친구는 위로금 명목으로 300만~500만 원을 제시했지만, A씨는 이를 거부하고 법의 심판을 통해 최대한의 위자료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A씨는 “임신 기간 내내 불면증과 악몽에 시달리며 정신적 학대를 받았다”며 “상대방에게 강력한 책임을 묻고 싶다”고 밝혔다.


형사 처벌 가능할까?…'낙태죄 폐지'에 발 묶인 강요죄


A씨는 남자친구를 형사 처벌하길 원하지만, 현실적인 벽은 높다. 2021년 1월 1일부로 형법상 낙태죄 조항이 효력을 잃으면서, 임신중절 자체는 물론 이를 교사하거나 방조하는 행위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남은 가능성은 강요죄(형법 제324조)다. 하지만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전후 내용을 종합할 때 상대방을 강요죄로 형사고소하더라도 처벌까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남자친구의 발언이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하는 수준의 명백한 해악 고지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전 여자친구에게 낙태 사실을 알린 행위는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를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공연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단 한 명에게 말한 경우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진짜 쟁점은 '민사소송'…위자료, 얼마나 받을 수 있나


형사 처벌이 어렵다고 해서 배상의 길이 막힌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핵심은 남자친구의 행위로 인해 A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입증하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와 인격모독,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며 “녹취자료와 통화기록은 상대방의 불법적인 압박 및 고통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위자료는 통상 400만 원에서 1,100만 원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임신중절 강요로 인한 정신적 고통(300만~800만 원) ▲사생활 침해 및 명예훼손(100만~300만 원) 등을 종합한 결과다. 법무법인 창세 박영재 변호사는 “A씨가 겪은 정신적 피해와 고통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면, 위자료 액수는 상대방이 제시한 300~500만원 이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녹취록'이 승패 가른다…정신적 피해 입증이 관건


결국 소송의 승패는 A씨가 확보한 증거에 달렸다. 특히 남자친구의 압박이 담긴 녹음 파일은 ‘자유로운 선택’을 침해받았다는 점을 입증할 핵심 자료다. 남자친구가 “네가 최종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지속적인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사실상 선택의 자유가 제한됐음을 강조해야 한다.


여기에 불면증, 악몽 등으로 인한 정신과 진료 기록을 더한다면 정신적 손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한 변호사는 "남자친구의 행위가 혼인약속의 파기로 간주될 수 있다”며 약혼 파기에 따른 위자료를 추가로 청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형사 처벌이라는 강력한 응징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삶에 깊은 상처를 남긴 대가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물을 수 있다. A씨가 자신의 고통을 법정에서 얼마나 생생하게 증명해내느냐에 따라 그 책임의 무게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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