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0대 여성 반신불수 만든 버스기사, 1.5억 합의금으로 '실형' 피했다
[단독] 30대 여성 반신불수 만든 버스기사, 1.5억 합의금으로 '실형' 피했다
과거 2차례 사고 전력에도 또 신호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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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운전자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신호를 위반하고 횡단보도를 덮친 버스에 치여 한 39세 여성의 평범했던 삶이 송두리째 무너졌다. 피해자는 수개월간 의식 없는 상태로 누워있다 깨어났지만, 여전히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비극적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법원은 가해 운전자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해자의 고통에 비하면 너무나 가벼워 보이는 이 판결 뒤에는, 눈물로 쓴 한 장의 합의서가 있었다.
찰나의 과실, 평생의 고통으로 이어진 그날
사고는 2024년 6월 30일 오후 5시경 인천 미추홀구의 한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45인승 버스 운전기사 A씨는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하고 있었다. A씨의 눈앞에는 차량 정지 신호가 켜진 횡단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A씨는 버스를 멈추지 않았다.
전방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그대로 내달린 버스는, 보행자 신호에 맞춰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 B씨(여, 39)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버스 오른쪽 앞부분에 부딪힌 B씨는 힘없이 쓰러졌다.
이 사고로 B씨는 치명적인 뇌 손상을 입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수개월 동안 의식 없는 식물인간 상태로 지냈고 지금도 혼자서는 거동은 고사하고 음식물 섭취나 배변 등 기초적인 일상생활조차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
인천지방법원 이창경 판사는 "한순간에 삶이 무너져 버린 젊은 피해자가 겪고 있는 고통이 매우 크고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고심…'무너진 삶'과 '합의' 사이
이 판사는 A씨의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분명히 밝혔다. ▲45인승 대형버스를 운전하며 신호를 무시한 중대한 과실 ▲과거에도 2차례나 교통사고로 타인을 다치게 한 전력 ▲피해자가 입은 돌이킬 수 없는 중상해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꼽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금고는 징역형과 같이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노역을 강제하지 않는 형벌이다. 집행유예가 선고됐으므로 A씨는 교도소에 가지 않게 됐다.
이러한 판결이 나온 결정적인 이유는 피해자 가족과의 '합의'였다. A씨는 버스가 가입된 종합공제를 통한 보상과 별도로, 피해자 가족에게 1억 5,000만 원을 지급하고 원만히 합의했다. 그리고 피해자의 가족들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법원에 전달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 회복을 위해 1억 5,000만 원을 별도 지급하고 합의한 점 ▲피해자 가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최근 10년간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앗아간 끔찍한 사고였지만,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죄와 피해 회복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피해자 가족의 고통스러운 용서가 '실형'을 막은 셈이다.
[참고] 인천지방법원 2024고단7930 판결문 (2025. 7. 16.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