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병수발 딸은 '빈손', 유학 간 오빠는 '상가'…유언장 전쟁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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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병수발 딸은 '빈손', 유학 간 오빠는 '상가'…유언장 전쟁 승자는?

2025. 11. 26 15:44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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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 유언장 vs 공증 유언

도장 없는 자필 유언, 효력 있을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10년 전 어머니를 여의고 홀로 남은 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모신 것은 막내딸이었다. 서울로 떠난 오빠는 명절에나 얼굴을 비출 뿐이었지만, 부모님은 늘 아들 걱정뿐이었다. 유학 비용에 전세 보증금까지 오빠에게는 아낌없이 지원했지만, 곁을 지킨 딸에게는 특별히 해준 것이 없었다.


그런 아버지도 미안한 마음이 드셨던 걸까. 어느 날 아버지는 딸에게 봉투 하나를 건넸다. "내가 죽으면 이 상가는 네가 가져라. 집은 오빠랑 나눠 가지면 되고." 아버지의 자필 유언장이었다.


하지만 몇 년 뒤 아버지는 치매 판정을 받았고,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 재산 정리를 하던 딸은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아버지께서 주시겠다던 그 상가가 이미 오빠의 명의로 넘어가 있었던 것이다.


오빠의 주장은 단호했다. 아버지가 치매 진단 후 '공증 유언'을 통해 상가를 자신에게 물려주셨다는 것이다. 딸이 보관해온 자필 유언장을 내밀자 오빠는 "주소도 없고 도장도 없다"며 코웃음을 쳤다.


오빠는 유언장의 형식을 문제 삼으며 무효라고 주장했다. 과연 아버지의 진심이 담긴 딸의 유언장은 휴지 조각이 되는 것일까. 26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조윤용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안타까운 사연을 법적으로 풀었다.


주소는 봉투에, 도장은 없다... 자필 유언 효력은

민법이 인정하는 유언 방식은 자필, 공정증서, 녹음, 비밀, 구수증서 등 5가지로 엄격히 제한된다. 이 중 하나라도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효력이 없다.


딸이 가진 자필 유언의 경우, 민법은 유언자가 내용,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날인(도장)을 찍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빠는 주소와 날인이 없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우선 주소의 경우, 유언장 본문에는 없지만 아버지가 직접 주소를 쓴 봉투에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조윤용 변호사는 "본 유언장에 주소가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유언장이 보관된 봉투 또한 유언장과 일체로 볼 수 있는 경우라면 봉투에 주소가 기재되었더라도 형식을 갖춘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도장(날인)이다. 아버지는 서명만 하고 도장을 찍지 않았다. 조 변호사는 "반드시 인감 도장이 아니라도 일반 도장이 찍혀 있거나, 지장을 찍은 것도 날인 요건을 갖춘 것으로 판례가 인정하고 있습니다만, 사연과 같이 서명만 되어 있을 뿐, 아예 날인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자필 유언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치매 걸린 아버지의 '공증 유언', 오빠의 등기는 유효한가

그렇다면 오빠가 내세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어떨까. 공증 유언은 증인 2명이 참여한 상태에서 유언자가 공증인에게 유언 취지를 말하고, 공증인이 이를 받아적은 뒤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미 등기까지 완료된 것으로 보아 형식적 요건은 갖춘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작성 당시 아버지가 치매 상태였다는 점이다. 딸은 이를 근거로 무효를 주장할 수 있을까.


조윤용 변호사는 "법원은 치매 증상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유언을 당연 무효로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과거 판례에서도 치매 환자라 하더라도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거나, 공증인의 질문에 답변하며 진정한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다면 유효하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치매 진단을 받은 초기 단계였고 당시 어느 정도 의사 변별과 의사 진술이 가능하였다면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사유만으로 공정증서 유언의 효력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빈손으로 남은 딸, 구제받을 길은 없나

상가는 오빠에게 넘어갔고, 딸의 자필 유언장은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딸은 아무것도 받을 수 없는 것일까.


다행히 아버지에게는 상가 외에도 주택이 남아있다. 아버지는 생전에 "집은 오빠랑 나눠 가져라"라고 하셨지만, 이 말씀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조윤용 변호사는 "오빠가 유언공증으로 상가를 상속받게 된 상황이니, 집은 딸이 가지는 방식으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셔도 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즉, 남은 주택을 딸이 단독으로 상속받는 방향으로 협의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만약 주택 가치가 너무 낮아 딸의 법적 최소 상속분인 '유류분'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 변호사는 "만약 집의 가치가 크지 않아, 집 전체를 딸이 가지고도 전체 상속재산 중 딸의 유류분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라면 오빠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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