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모르게 이혼될 수 있다…‘공시송달’ 악용해 아내 몰래 이혼한 남편
당신도 모르게 이혼될 수 있다…‘공시송달’ 악용해 아내 몰래 이혼한 남편
3년 기러기 엄마, 귀국했더니 "이혼 확정"
“재산분할 피하려는 꼼수” 의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아이들 교육을 위해 캐나다로 떠난 아내는 낯선 땅에서 남편의 성공만을 바라며 3년을 보냈다. 하지만 한국으로 잠시 돌아온 아내를 기다린 건 남편의 충격적인 한마디였다. “우리, 작년에 이혼했어.”
결혼 15년 차 주부인 A씨의 사연이다. 3년 전 사업가 남편의 제안으로 두 자녀와 함께 캐나다로 떠났던 A씨. 기러기 아빠로 남은 남편은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캐나다에 손에 꼽을 정도로 방문했다. 최근 한국에 잠시 귀국한 A씨는 남편으로부터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 사람이 법적으로 남남이 됐다는 것이다.
설마 하는 마음에 구청을 찾은 A씨는 가족관계등록부에 ‘이혼’이 기재된 사실을 확인했다. 법원에서 판결문을 열람하고서야 모든 전말을 알 수 있었다.
A씨가 캐나다에 있는 동안 남편이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서류를 전달할 주소를 알 수 없다는 남편의 말을 믿고 ‘공시송달’로 재판을 진행해 판결까지 확정했다. A씨는 소송이 제기된 사실조차 까맣게 몰랐다.
나도 모르게 진행된 재판, ‘공시송달’이 뭐길래
소송 상대방의 주소나 거주지를 알 수 없을 때, 법원은 서류를 직접 전달하는 대신 법원 게시판 등에 게시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한다. 이를 공시송달이라고 한다. 민사소송법은 이 제도를 엄격히 제한하지만, A씨의 남편은 아내의 해외 거주 사실을 악용해 “소재를 알 수 없다”고 법원을 속인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안은경 변호사는 2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남편이 소송을 제기하며 사연자의 소재를 알 수 없다고 주장해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공시송달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시송달은 게시한 날로부터 2주가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 이 규정에 따라 A씨는 소송 서류를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채 ‘유령 재판’을 통해 이혼을 당하게 된 것이다.
방법은 있다…‘추후보완항소’와 ‘재산분할 청구’
황당하게 이혼 판결을 받았지만 구제받을 길은 있다. 우리 법은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 기간(판결문 송달 후 2주)을 놓쳤을 경우 ‘추후보완항소’를 허용한다.
안 변호사는 “소장과 판결문이 모두 공시송달로 처리됐다면 과실 없이 판결 송달을 알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판결이 공시송달로 송달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2주 안에 추후보완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항소장이 접수되면 확정됐던 이혼 판결 효력은 정지되고, 사건은 항소심에서 다시 다뤄진다.
A씨처럼 이혼 자체는 받아들이되 재산분할만 제대로 받고 싶다면, 별도의 ‘재산분할 심판 청구’도 가능하다. 재산분할 청구권은 이혼이 확정된 날로부터 2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 A씨의 이혼이 작년에 확정됐으므로 아직 기간은 남아있다.
시아버지 회사 지분, 재산분할 대상 될까
A씨 부부의 핵심 재산은 남편이 보유한 운수회사 지분 30%다. 시아버지가 설립한 가족회사지만, 결혼 기간 동안 회사가 크게 성장해 그 가치도 상당히 올랐다. 남편은 이 지분이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안 변호사의 판단은 다르다. 부부 한쪽이 결혼 전부터 가졌거나 상속·증여로 취득한 재산(특유재산)이라도, 다른 한쪽이 그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기여했다면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다.
안 변호사는 “남편이 보유한 합자회사 지분 가치를 감정해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시킬 수 있다”며 “사연자의 혼인 기간이 길고, 자녀 양육과 가사를 전담한 것이 기여도로 충분히 평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재산 대부분이 남편의 특유재산인 만큼 기여도는 통상적인 경우보다 다소 낮게 평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